전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맞수가 경선을 통해 박 후보로 결정되자마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는 작심한 듯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 후원금 논란과 관련한 공격적 발언을 쏟아냈다.
홍 대표는 "무소속 후보가 된 박원순 변호사의 경우 인사청문회 대상이라면 이미 낙마를 했을 것"이라며 "(박 변호사가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하는) 10년 동안 대기업으로부터 모금한 액수가 수백억에 달하고, 그 수백억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앞으로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후보는 촛불사태를 선동하고 이념이 불분명하며 검증 안 된 불안정한 후보"라며 "서울시장 선거를 길거리 시민운동 세력의 시험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최근 여의도 정치의 대안을 요구하는 움직임까지 함께 폄훼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정치인은 기업으로부터 기부금 한푼 받지 않는 원칙 세웠다"면서 "무소속 후보 박원순에 대해 수백억의 자금이 재벌로부터 들어갔는데, 박 후보는 그동안 재벌쇄신 운동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이어 "(기부를 통한 나눔운동을 벌여왔던 박 후보가) 정치인으로 등장하면, 그동안 철학이 뭐였고 어떤 원칙으로 일했는지 밝히고 시민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아름다운재단과 박 변호사를 구분해 "법인과 정치인을 분리하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도부가 직접 나서 박 후보를 공격하고 나선 것은, 잇따라 불거진 청와대 측근 비리와 경제 상황 등으로 여당에게 판 자체가 불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박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단일화 전만 해도 홍 대표는 "기부가 정치입문 수단 변질돼 안타깝다"며 박 후보를 직접 거명하지 않고 에둘러 비판하는 정도로 수위를 조절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