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이 연기한 윤도훈은 ''곧 죽어도 사나이''인 부산 남자이자 한때 잘나가던 슈퍼스타였지만 요즘은 퇴물로 전락해 결국 2군으로 밀려난 야구선수다.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다 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한 그는 달라진 자신의 위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허구한 날 술이나 퍼마시고 사고를 친다.
''투혼''은 프로 야구선수 윤도훈이 뒤늦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생애 처음으로 아내 ''유란''(김선아 분)을 위해 마운드에 서게 된다는 내용의 휴먼 코미디. 초반에는 사고뭉치 윤도훈의 좌충우돌을 통해 소소한 웃음을 안겨주고 나중에는 서서히 달라지는 윤도훈의 모습과 따뜻한 가족애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부산 남녀로 분한 김주혁과 김선아는 경상도 특유의 직설화법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무뚝뚝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깊은 속정을 제법 그럴싸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후반부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에서도 두 사람은 지나친 감정 과잉을 삼가고 캐릭터의 성격을 유지한 선에서 슬픔을 표현한다.
고향이 부산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명소를 보는 잔재미도 있다. 윤도훈이 애초부터 열성팬을 거느린 롯데자이언츠 간판투수로 설정돼 극중 경기는 홈구장인 사직경기장에서 촬영됐다. 그는 경기장에 오픈카를 타고 등장하기도 한다.
두 사람이 연애시절 자주 들렀던 국수집은 남포동 맛집인 할매집이며 유란이 자신의 병을 숨긴 채 남편과 술 한 잔을 기울이는 곳은 해운대 청사포횟집이다. 이밖에 야구팬이라면 한때 두산베어스에서 중견수로 활약한 야구선수 출신인 배우 윤현민이 다시 야구방망이를 든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투혼''은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등을 연출한 김상진 감독이 10번째 선보인 영화다. 한때 충무로를 대표하는 코미디 감독이자 흥행 감독으로 명성을 떨쳤던 그는 극중 김주혁처럼 어떤 전환점에 서있다.
''투혼''은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휴먼코미디다. 또 전작 ''주유소 습격사건2''로 흥행의 쓴 맛을 봤다는 점에서 투혼을 발휘해야 하는 윤도훈과 겹쳐진다.
실제로 김상진 감독은 주인공의 모습에서 실제 한 가정의 가장인 본인의 모습을 발견해 더욱 연출 의지를 불태웠다는 후문이다. "10번째 작품이기에 의미를 더하고 싶었다"는 김상진 감독. 그가 ''투혼''을 통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지 기대를 모은다. 전체관람가 10월 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