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출신 고명환(39)과 뮤지컬 배우 정영주(40)는 불량배, 박사, 여자, 시장, 엄마, 수녀 등등으로 변신하기 위해 눈 깜짝할 사이 의상을 갈아입고 나타나 무대를 종횡무진한다. 무려 1인14역이다.
숨가쁘게 전환되는 장면 중간중간 터지는 웃음을 책임지는 이들은 맛깔나는 감초 연기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붙잡는다.
공연이 끝난 후 와인 바에서 뒤풀이를 함께한 이들은 걸쭉한 입담을 과시하며 서로 경쟁하듯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방송 개그 프로그램에 염증을 느끼던 차에 꼭 하고 싶은 작품을 만나서 즐겁게 연기하고 있다"는 고명환은 ''톡식히어로''의 연출을 맡은 배우 오만석의 제의를 받아들여 개그 본능을 발휘하며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를 펼치고 있다. 다양한 배역으로 변신하며 등장하는데 모든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다.
신나게 무대를 누비다보니 배에는 식스팩도 생겼다. 쑥스러운듯 닭고기 관련 개인사업으로 사진을 찍어 올려야 되기 때문에 몸관리를 하고 있다는 핑계를 대며 웃어넘겼지만 진짜 ''몸짱''이 됐다.
정영주는 뮤지컬배우 임기홍과 더블 캐스팅된 고명환과 달리 단독으로 열연 중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가창력과 코믹한 연기를 겸비해 그녀가 등장하면 무대는 금세 후끈 달아오른다. 블라우스를 풀어헤치고 가슴골을 들이대는 에로틱한 모습도 보여준다.
정영주는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조연상을 받을 만큼 극을 떠받치는 안정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다. 8개월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아역 배우들과 호흡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빌리 엘리어트'' 꼬마 배우들은 서로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요. 다 같이 모여 ''톡식히어로''를 보러 와서 저를 응원해주고 갔어요."
방송에 얼굴을 비추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진 동료 배우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서운한 감정이 들 때도 있지만 그건 잠시뿐이다. 무대에서 다 보여주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기 때문이다.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삼수 끝에 합격한 기억, 방송인 홍석천과 함께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보고 낙방한 에피소드 등을 들려주며 연기 인생을 곱씹어본 고명환은 2006년 연극 ''아트''에 출연하기도 했다.
"앞으로 뮤지컬은 계속 하고 싶어요. ''햄릿''처럼 묵직하고 진지한 연기를 하고 싶은데 객석에서 웃음이 나오면 어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