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의 현대식 정자들, 삶의 활기 가득''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막…현대식 정자 ''폴리'' 9곳 설치, 선보여
''폴리'' 마땅한 번역어 없어…우리 ''정자''에 가까운 개념으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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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현대식 정자들이 일제히 등장하면서 광주도심은 활기가 넘쳐났다. 옛 광주읍성의 성곽터를 중심으로 광주 금남로와 충장로 등 구도심 일대에 현대식 정자라 할 수 있는 ''폴리''가 9곳에 설치되어 선을 보였다. 폴리는 서양의 개념으로 건축물보다는 규모가 작고, 조각보다는 규모가 큰 공공시설물을 말한다. 폴리의 마땅한 번역어가 없어,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폴리를 둘러보고 난 나는 폴리가 우리의 ''정자''에 가장 가까운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마치 전남 담양의 들판 가운데 자리잡은 마을 초입의 당산나무 아래 정자에 앉았다가 온 느낌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곳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어울리는 곳이자, 멋들어진 주변 풍경과 흥미있는 오락거리를 즐길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그렇다. 단지 시공간적으로,문화적으로 차이는 나지만, 삶과 자연, 공동체가 어우러져 삶의 향기를 누린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서구 개념인 폴리의 의미도 살리고, 우리말 느낌도 살려 이름을 붙인다면 ''정자, 한국식 폴리(JEONGJA;Korean Folly)''쯤으로 하면 어떨까 싶다.한국의 일반 시민들에게 ''폴리''보다는 ''정자''라는 말이 훨씬 더 와닿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도심의 현대식 정자''는 전통과 현대가 하나가 되고, 디자인이 생활속에서 구현되어 이번 행사의 주제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는 주제어처럼, 디자인이 사람을 위한, 삶을 위한 것으로서 생활 속에 스며 들어 인간 개개인의 삶을, 공동체의 생활을 더욱 풍부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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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저녁에 개막한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앞서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에 걸쳐 광주 구도심을 돌며 그곳에 설치된 정자 9곳의 준공식을 지켜보며 그 분위기를 느껴보았다. 대성학원 앞 ''잠망경과 정자''는 높이 세워진 첨탑위에 잠망경을 설치해 아래서 도심의 전경을 살펴볼 수 있다. 그 옆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건립중이어서, 앞으로 그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장동 4거리의 ''소통의 오두막''은 성인 키 두배 높이에 구불구불 강처럼 큰 곡선의 전등을 설치하고,그 아래 돌로 된 긴 탁자들을 설치해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건축가 후안 호레로스는 "공공장소를 친근하게 하고, 개인적이면서 집단적인 장소로 만들고자 고심했다"고 했다. 구시청 사거리의 ''열린 공간''은 그물형태의 노란색 철제로 사방이 터진 정자 모양을 사거리 중앙에 설치했다. 준공식에는 해금 연주로 아리랑이 울려퍼지며 우리 전통의 정서와 광주의 옛 역사를 상기시켰다. 이 공간은 누구든 스스럼없이 드나들 수 있고, 공연을 선보이거나 이를 즐길 수 있는 자리로서 이미 익숙해진 풍경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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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경찰학원 앞의 ''서원문 제등''은 탑과 함께 그 아래에 광주MBC 옛터임을 알리는 둥근 비석이 자리를 잡아, 그곳이 5.18때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방송국이 불에 탄 역사의 현장임을 알렸다. 황금동 사거리의 ''기억의 현재화''는 사거리 중앙에 광주읍성을 상징하는 6각형 상징모양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밤에는 술꾼들, 낮에는 쇼핑객들의 통행이 잦은 이 거리에 광주읍성의 상징을 설치하여, 700년 전 역사의 숨결을 어제의 일처럼 느껴볼 수 있게 했다. 문의 이름이 새겨진 황금빛 자판이 햇빛을 받아 찬란히 빛나며, 광주의 상서로움을 예고하는 듯하였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막식 또한 시골마을 정자에서 동네사람들이 막걸리를 나누듯이 소탈하게 시민들과 소통 속에서 진행되었다. 1일 저녁 7시 전시관 마당에서 진행된 개막식은 그 전에 국수 나눔잔치로 시작되었다. 주최측은 국수와 파전,백설기떡, 김치를 준비해 나눠주었고, 참석자들은 긴 행렬을 이루며, 왁자지껄 들뜬 분위기로 잔치집에 온 기분이었다. 시장이나 국회의원, 외국 건축가나 큐레이터, 남녀노소의 시민들, 너나 할 것 없이 국수를 나눠먹는 모습에서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디자인이 모든 삶속에 녹아 있듯이,일상이 축제처럼 느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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