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기숙사에서 동급생 폭행 성추행

서귀포 모 고교, 학교는 2년간 몰라…피해학생 정신과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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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쯤 되는 녹취록을 5분도 듣지 못했어요. 손이 떨려서 그만 들었습니다."
"이 학교 기숙사가 사라져야 합니다."

1일 제주지방경찰청 기자실을 찾아 학교에서 동급생 11명에게 폭행을 당한 자신의 고등학교 3학년 아들 이야기를 하는 A(제주시.48)씨의 말이다.

A 씨가 전하는 아들 이야기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아들을 기숙사가 있는 서귀포시 모 고등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리고 3학년이 될 때까지 아들이 학교에서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몰랐다.

우연히 아들의 MP3에 녹음된 내용을 듣게 된 A 씨는 멍했다. 같은 학교 동급생들이 기숙사에서 지난 2년 동안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 내용이다.

심지어 성폭행 수준의 성추행이 빈번하게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아들이 경찰 피해조사 과정에서 작성한 일부 자필진술서에는 성추행 당한 내용이 그대로 기록돼 있다. 또 다른 친구가 동료에게 폭행당하는 내용도 있다.

2011년 7월 5일 밤 10시 10분 성추행. 7월 12일 밤 9시 40분, 11시 15분. 목발로 폭행하고 성추행. 7월 14일 학습지 10장을 말아서 폭행.

또 녹음된 내용에는 아들이 울고 가해학생들이 웃는 소리가 그대로 실려있다.

A 씨는 자신의 아들이 학생들로부터 피해를 당하기 시작한 것을 2009년 5월, 같은 반 친구가 다른 친구들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경찰에 신고한 뒤 부터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아들의 경찰 신고는 유야무야 됐고 오히려 학교와 학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다 지난 7월 아들 MP3로 확인된 폭행 피해내용은 충격이었다. 아들이 가해학생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다 우연히 MP3에 녹음한 내용에는 가해학생이 아들에게 한 행위는 물론, 가해학생끼리 서로에게 하는 말까지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A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 7월 17일 학교에 알렸다. 또 지난달 8일에는 경찰에도 신고했다.


3학년 2학기 개학이 됐지만 아들은 현재 학교를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만둘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학교의 대응은 미온적이라고 생각한다. 방학 중이기도 하지만 학교 측이 사건을 숨기려는 것 아닌가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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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 학교 학생부장은 제주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교사로서 충격적인 부분도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폭행사건으로 봤지만 나중에 확인된 증거자료(녹음내용)를 듣고 할 말이 없었다"고 밝혔다.

학교는 피해 학부모의 신고 이후 8월 4일 학교 내 폭력대책위원회(위원장 교감)를 열고 가해학생들의 처리를 논의했다. 하지만 이날 대책위에 참석하지 못한 피해 학부모들은 위원회 결정과 논의을 전화로 전달받고 크게 반발했다.

학교는 2일 두번째 폭력대책위원회를 개최한다. 가해학생들에 대한 처리와 대책을 논의할 생각이다. 이미 가해학생들을 불러 진술을 듣기도 했다. 일부 학생은 부인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에도 사전 통보를 했고 사후 통보도 할 계획이다. 하지만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학생부장은 "학교는 처벌기관이 아니라서 선도할 수밖에 없다. 폭대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건을 접수한 제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는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이다. 단순 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기숙사에서 이어진 성추행 이상의 폭력 부분은 단순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A 씨의 아들은 현재 정신과 치료 중이다. 2년이 넘도록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일이 바쁘다 보니 돌보지 못한 책임이 크다. 단순 폭행사건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이다"라고 했다.

A 씨는 이 학교 기숙사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생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학교 기숙사에 대한 불만이 컸다.

진술서에 나온 폭행사건 시간은 대부분 늦은 밤이었고, 학생관리 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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