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엔 피서인파로 북새통을 이뤘고 청춘남녀들의 단골 데이트 장소로 추억이 가득했던 송도유원지다.
31일 오후 삶의 애환이 어린 휴식처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랜만에 송도유원지를 찾았다는 이모(60)씨 일행들은 빛바랜 사진처럼 어릴적 송도유원지에서의 추억을 한 장 한 장 펼쳐냈다.
"피서철만 되면 꼭 한번은 가족들과 함께 송도유원지에서 물놀이를 즐겼지, 그 땐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 지 꼭 목욕탕같았어."
이제는 육지로 바뀐 유원지 건너편 아암도를 바라보며 썰물 때 애인과 함께 섬까지 걸어갔다 오다가 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당황했던 추억을 떠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예전에 가슴 떨리던 데이트와 친구들과 함께 물장난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유원지의 모습을 하나 둘 씩 풀어내다가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 사라지는 것에 못내 아쉬워 했다.
한 때 해수욕장의 물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도권 주민들에게 각광 받던 송도유원지의 시작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9년 완공된 송도해수욕장은 수인선 송도역과 가까워 인천은 물론 수도권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1940년대에는 무의도 등지에서 모래를 가져와 인공모래 백사장을 만드는 등 시설이 확장됐지만 6.25 전쟁때에는 영국군의 주둔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들이 물러난 뒤 1957년부터 다시 개장됐고, 1963년에는 지금의 송도유원지라는 이름이 붙은 뒤 종합휴양지로 변모 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드문 취사가능 유원지시설로 인기를 끌었던 관광명소였지만 이후 특별한 시설개선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데다가 서울대공원과 에버랜드 등 대형 놀이시설까지 생기면서 점차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결국 170억원에 이르는 누적적자가 경영악화로 이어지면서 문을 닫게 됐다.
추억속에서만 남아 있게 될 송도유원지는 31일 폐장하게 된다. 단 추석전까지 낮 시간에 한 해 일반인들에게 무료 개방되고 추석이후부터는 시설이 완전히 폐쇄 된다.
역사속으로 사라진는 송도유원지에는 오는 2018년까지 숙박시설, 상업시설, 휴양시설 등을 갖춘 도심형 관광단지가 들어선다. 또 현재 송도해수욕장은 유원지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 현대화된 여가공간으로 탈바꿈돼 새로 태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