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라는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고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은 하드웨어 부문을 맡았던 일종의 협업 시스템이 근본부터 흔들리는 것이다.
국내업체들은 앞으로 애플에 이어 구글이라는 또 다른 스마트폰 강적과도 버거운 싸움을 벌여야 할 판이다.
하지만 당장 적대적인 경쟁관계로 돌아서거나, 무조건 악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구글이 이번 인수 배경을 ''특허'' 때문이라고 밝힌 것처럼, 애플과 소송전을 벌이거나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국내업체들에겐 오히려 단기 호재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가 사실상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겨냥해 삼성전자 등을 파상공격하는 상황에서 구글의 특허권 강화는 든든한 방패가 된다.
아무리 구글이라 하더라도 무려 125억 달러(한화 약 13조5천억원)나 들여가며 모토로라(휴대전화사업부)를 인수한 이유는 세계 최초 휴대전화 업체의 풍부한 특허가 탐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는 15일 블로그를 통해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강해 MS와 애플 같은 회사의 위협으로부터 안드로이드를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대투증권도 16일 시장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안드로이드 비중이 큰 국내 제조사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 장기적으로는 짙은 먹구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구글이 스마트폰을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된 마당에 삼성이나 LG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모토로라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4% 정도로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적어도 당분간은 한국 제조업체들과의 연합전선이 불가피하겠지만, 결집력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KB투자증권은 이날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구글 의존도를 탈피할 구조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구글이 39개에 이르는 연합군(제조사)을 모두 등지고 모토로라에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에 부정적 사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번 인수합병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의 최지성 부회장은 이날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지나친 반응을 경계했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삼성은 자체 OS도 가지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 "휴대폰 사업이 단순히 OS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구글이 만약 ''동기''에서 ''적''으로 돌아선다해도 이에 맞설 카드는 준비돼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구글은 이날 모토로라 인수에 따른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등에 관련 사실을 사전통보했고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