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등대에 ''불을 밝히다''

''1일 독도 등대장'' 체험… 대한민국 영토 재확인

독도 전경
◈ 쉽게 허락하지 않는 ''영험의 땅''

1년 365일 중 맑은 날이 60여일 채 되지 않는 대한민국 최동단에 자리한 독도. 지난 11일 ''1일 독도 등대장'' 체험단 얼굴에는 독도로 출발하기 전부터 묵직한 태극기 하나 가슴에 단 것처럼 비장한 각오들이 역력했다.

울릉도 도동항에서 독도로 향하는 배가 출발음을 내자 그제서야 하늘을 보며 ''감사하다''는 말이 입에서 그리고, 가슴에서 터져 나왔다.

하늘이, 바다가 허락하지 않으면 입도를 허락하지 않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비와 영험함이 기린 곳이어서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천운이다!'' 체험단은 한결 같이 독도에서 지낼 1박2일 등대장 체험을 성공리에 마치겠다는 굳은 외침을 지키겠다고 곱씹었다.

출항 90여분이 지나 독도에 도착하니 우리를 먼저 품어 안아주는 동도와 서도 등 91개의 섬들. 마치 자궁 속 같은, 태초부터 머물러야했을 집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이곳에 첫 발을 내디딘 누구든 이 순간은 오히려 목 놓아 울지 못했으리라.

독도 등대 전경
◈ 보존돼야 할 ''우리의 유산''

웃는 얼굴로 우리를 반긴 포항지방해양항만청 독도항로표지관리소 장은석 소장과 직원 엄태일씨의 표정은 이 섬을 고스란히 닮아 있었다.

독도주민 김성도씨도 함께 반가운 수인사를 건넸다. "독도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4명의 1일 등대장 체험단들은 이들의 안내에 따라 여장을 풀고 독도 등대 주변의 순찰부터 돌았다.

동도 남동쪽 절벽바위에 새겨진 ''韓國領''(한국령)이라는 표식과 독도 등대 뒤쪽에 콘크리트로 제작된 태극기는 한국 영토임을 재확인시켜줬고, 일본을 향해 포효하고 있는 호랑이 동상은 일본열도를 단입에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천장동굴과 한반도 모양의 절벽, 악어바위, 독립문을 비롯해, 거북손, 괭이갈매기, 꽃과 풀 등의 자연은 그야말로 아름다움 그 이상의 보존돼야 할 우리의 유산이었다.

독도 등대가 외롭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었다.

◈ 우리나라 최초 태양전지 설치

독도 등대는 지난 1954년 8월 국내 최초의 무인등대로 점등됐다. 이어 1972년 12월 우리나라 최초로 태양전지가 설치돼 태양광에너지로 불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독도 태양광발전 설비는 청정지역 독도에 걸맞는 친환경 무공해 에너지설비로 독도생태계를 배려해 설치됐다.

1년 중 해가 비치는 날이 두 달채 안 되는 지리적 특성상 15KW짜리 태양전지 시설이 제때 가동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75KW짜리 발전기 2대가 비상용으로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24시간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독도항로표지관리소 직원들의 노고가 독도등대의 불을 밝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비상 발전기의 오일을 점검하는 체험단
◈ 독도 등대에 ''불 밝히다''

독도에서 한반도로 내려앉는 일몰이 절정에 다다를 즈음, 1일 등대장들의 손놀림은 더욱 바빠졌다.

등대 내.외 순찰 및 시설물 점검과 청소를 시작으로 태양광에너지로 돌아가는 등대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루 5차례 점검하는 기상관측업무는 기본.

우선 충전기의 전압 상태를 점검하고 태양전지판 청소를 한 뒤, 등명기 주기와 초점을 점검했다. 이어 DGPS(위성항보정시스템)와 레이콘(Radar Beacon), AIS(선박자동식별장치) 작동 상태 등을 확인하고 지난 수 십년을 밝혀온 섬백광 10초 1섬광 주기를 검시했다.

독도 등대 점등
다시 한 번 등대에 올라 등명기를 보호하는 외부 유리인 ''''파리판''''을 깨끗이 닦고 재확인했다. ''''깔따구''''라 불리는 모기 일종의 벌레들이 괴롭혔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몰 저녁 7시20분. 드디어 등명기를 점등시키자 불빛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잠시, 불빛은 모든 이들을 엄숙하게 했고 경외심마저 들게 했다.

40km 거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이 불빛은 대한민국 동쪽의 관문임을 알리는 동시에 배들과 새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었다. 비바람과 태풍, 폭설에도 항상 이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이러한 감동도 잠시, 체험단들은 등명기의 회전모터 이상여부를 확인하고 초첨, 배선 등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어 밤 8시15분쯤에는 등부표의 무인 야간섬광검시 이상 유무를 살폈다. 이런 점검은 관리소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3차례에 걸쳐 반복됐다.

빡빡한 일정에도 피곤하지 않았다. 독도에는 빛이 있었고, 이 빛을 지켜주는 독도경비대원들과 해경함정이 늘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 일출''의 시작

새벽 5시10분. 독도등대가 9시간50분간의 점등을 마치고 소등되자 어둠이 물러간 잔잔한 동해바다 수평선에서는 대한민국의 가장 빠른 일출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독도의 일출
해무와 구름사이로 잠시 가려졌다 떠 오른 독도의 일출. 어느새 감동과 뿌듯함,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의 극치가 되어 잠시 숙연해진 등대장들의 눈가를 물들이고 있었다.

''독도가 여기 있기에 대한민국의 일출도 여기서 시작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에 나의 존재감도 오롯이 여기부터 태어남을 깨닫는다.

교사 권대혁 씨(49.경북 청도 이서고)는 "하루를 체험하면서 이 영토가 내 한 몸과 일체가 된 느낌이었다."며 "독도사랑은 말이 아닌 자그마한 실천에서 우리의 땅임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교사 임승종 씨(47.경북 경주 용강초)는 "독도는 모든 국민의 관심과 사랑,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하나로 모으는 섬이 되고 있다"며 "더 이상 외로운 섬이 아닌 함께 지켜야 할 우리의 영토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진 포항지방해양항만청장은 "일본이 독도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주로 배타적경제수역(EEZ)이나 어업 관련이기 때문에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는 더욱 더 강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1일 등대장 체험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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