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가케무샤'' 모의청문회 어떻게 이뤄졌나?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고등검찰청 15층 대회의장. 10여명의 ''가케무샤''(대역)가 회의장에 빙 둘러앉았다.

한 가운데는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가 마치 실제 인사청문회에 임하듯 꼿꼿이 서 있었다. 뒤쪽에는 대검찰청 연구관 3∼4명이 자리를 잡았다.

이 자리는 4일로 예정된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모의 청문회. 대검찰청이 민간 컨설팅업체 Y사에 의뢰해 마련한 자리였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나 볼 수 있는 대역을 동원한 모의 연습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연출된 것.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해 여야 위원들 대역으로는 검찰 내 간부들이 나섰다. 우윤근 위원장 대역은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맡았다.

박지원 위원 대역에 전현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지정됐고 이은재 위원 역에는 박모 감찰2과장이 나섰다. 박영선 위원 대역은 모의청문회 전체를 기획한 Y사 대표 허모씨가 맡았다.

한상대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검찰 간부들에게 "실제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사정을 봐주지 말고 질의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역을 맡은 검사들은 평소 쓰는 특유의 "∼습니다" 말투를 버리고 법사위원들과 마찬가지로 "아시죠", "어떡하겠습니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등의 공격적 어휘를 사용했다.

"중앙수사부 폐지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를 말해주세요", "부산저축은행 수사에 대한 의혹들이 많은 것 아시죠? 총장에 임명되면 수사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등의 질의가 쏟아졌다.

"병역 회피 의혹에 대해 해명하시죠", "제주 연동 오피스텔과 서울 행당동 토지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도 있는데요?" "위장전입 인정하십니까?" 등도 빠지지 않았다.

모의 청문회에서 나온 송곳같은 질문들은 이날 열린 실제 청문회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됐다.

당시 한 후보자는 미리 준비한 듯 예상질문에 답했지만 미처 답하지 못해 얼버무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 때마다 모의청문회에 참석한 간부들과 참모진들은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았다.

허를 찌르는 지적도 이어졌다. 우윤근 위원장 역할을 맡은 홍만표 기조부장은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한 후보자가 위원들의 대답을 회피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주의를 줬다.


이은재 위원 대역으로 나선 박 과장은 "현재 검찰 내에 여검사가 몇명인 줄 아시느냐"고 물었다.

한 후보자가 대답을 못하자 박 과장은 "총장 후보자이면서 조직 내 여검사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공격했다. 전체 모의청문회를 기획한 Y사 허 대표도 박영선 위원 역할을 맡아 병역기피와 행당동 땅 허위거래 의혹을 따져물었다.

당시 모의청문회에 참석한 한 인사는 "분위기가 실전을 방불케했다"고 전했다. 또 "실제 청문회에 나온 질의들이 이날 상당히 많이 쏟아졌다"고 기억했다.

대역을 맡지 않은 평가단의 품평도 이어졌다. 평소 목소리 톤이 높은 한 후보자가 이를 의식한 듯 너무 낮은 목소리로 모의 질문에 답하자 평가단에 참석한 한 연구관은 "목소리가 너무 낮아 잘 들리지 않는다. 톤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모의 청문회는 30일 뿐 아니라 다음날인 31일과 이틀 뒤인 지난 2일에도 이어졌다.


# 박지원 위원 "청문회 위해 민간업체와 연습한 건 처음"

그런데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실제 인사청문회장에서는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모의 청문회 개최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청문회가 시작되자 마자 한상대 후보자에게 "민간 컨설팅 업체를 통해 모의 청문회를 미리 가진 적이 없냐"고 따져물었다.

박 의원은 "단순한 모의 연습이 아니라 ''가케무샤''까지 동원해 의원들 질의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한상대 후보자는 "리허설은 한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 또 "비용은 사비로 지불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후보자가 청문회를 위해서 컨설팅 회사와 연습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은 "민간 컨설팅업체 Y사의 대표 허모씨는 대검 검찰홍보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이라며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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