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스모는 없다''…최다승 마지막 力士 은퇴

''스모(相撲·일본 씨름)는 일본인 잔치판이 아니다''라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나아가 ''스모가 더 이상 일본 씨름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일본의 자존심인 스모에서 최다승 기록을 세운 마지막 역사(力士)가 결국 은퇴를 선언해 일본인들의 가슴을 허전하게 만들고 있다.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20일, 23년 동안 1,047승의 최다승 기록을 세운 가이오(魁皇·38)가 은퇴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가이오의 은퇴 이유는 "더 이상 공격할 힘이 없다. 생각한대로 스모가 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후쿠오카 출신인 가이오는 15살 되는 해인 1988년 데뷔해 2년 만에 오제키(大關) 등급에 올랐다.

오제키는 스모 등급 가운데 최고인 요코즈나(橫網) 바로 아래 두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이후 24년 동안 스모 선수로 활약하면서 지난 16일 여름 리그전에서 드디어 대망의 1,047승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일본 스모 최다승 기록인 1,046승을 넘어선 것이다.


일본에서 스모 선수는 1년 동안 15전 리그를 6차례 치루며 90경기에 나설 수 있다.

따라서, 가이오는 24년 동안 매년 승률 5할 정도에 해당하는 4,50승 정도씩을 이겨온 것이다.

한때 최고등급인 요코즈나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이후 부상에 시달리면서 스모 선수로서의 목표를 오로지 최다승 기록 경신에 맞춰왔다.

그러나, 한번의 더 새로운 일본인 최다승 기록 경신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왜냐하면, 스모판에 일본인 역사들이 점점 사라져 가면서 스모가 외국인 천하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제키 이상 등급에는 외국인 선수만 있을 뿐 가이오의 은퇴로 일본인 선수는 모두 사라졌다.

스모에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일본인 선수가 많다. 그러나, 현 요코즈나인 하쿠호(白鵬)는 일본인이 아니라 몽골 출신이다. 또 오제키도 가이오를 제외하고는 3명 모두 외국인이다.

몽골 출신 하쿠호마저 은퇴한다면 최고 등급인 요코즈나와 오제키에는 외국인 선수만 남게 된다. 1993년 이후 18년 만에 일본인 오제키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가이오도 간신히 최다승 기록을 세우기는 했지만 이번 대회 성적은 3승7패를 기록하는 등 현저한 체력저하를 보여왔다.

가이오는 19일 스모 선수로서의 마지막 경기를 패배로 마치고 나서 요통과 체력부족을 토로하며 감독에게 먼저 은퇴 의사를 전했다.

가이오는 승률이 높은 최고 수준의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특유의 성실함으로 일본씨름판에 남아 일본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그런 가이오마저 스모에서 퇴장하면서 일본인들의 상실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가이오의 은퇴 소식을 전하며 아쉬움과 상실감, 스모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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