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순대까지…동네상권 씨가 마른다

[대기업 문어발 확장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② 대기업 침투에 소상공인 밥줄 끊길라

대기업들이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 사업은 물론 떡볶이나 순대 업종까지 무차별적으로 진출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사업기반이 급속이 붕괴되고 있다. 겉으로만 그럴듯한 한국경제의 이면에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대기업 쏠림현상과 이로 인해 신음하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고통과 절망이 자리잡고 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적합분야까지 진출한 실태와 문제점을 3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주]

시리즈 게재 순서
(1) 대기업 MRO에 동네 문구점 초토화(2) 떡볶이, 순대까지 잠식…동네상권 씨가 마른다(3) 심각한 쏠림현상,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순대와 떡볶이, 서민들이 애호하는 국민 식품이자 중소.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생계수단이 되기도 하는 대표 음식이다.

그런데 요즘 순대업계는 구제역의 여파로 원가가 상승해 죽을 맛이다. 순대의 주원료인 돼지 소창 가격이 2배나 올랐고, 당면도 배 가까이 올랐다가 조금 떨어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순대 도매가는 구제역 이전 킬로그램당 2천원 수준에서 지금은 2500~26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원가부담으로 가격이 오른 만큼 소비도 줄어 매출이 덩달아 떨어졌다. 구제역 후유증으로 문을 닫은 공장도 여럿 나타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기업인 LG에서 분리된 아워홈이 1년 반전부터 순대시장에 뛰어들면서 순대제조업체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홈플러스에 납품하던 한 식품업체는 아워홈에 밀려 매출이 절반 가량 줄었다.

순대조합 장환달 이사장은 11일 "아워홈 때문에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업체가 타격을 많이 받았다"며 "자기들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건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영토확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골목상권의 또다른 대표음식인 떡볶이가 대상이다. 건설 레저 전문회사인 대명그룹은 문화,외식 계열사를 통해 떡볶이 외식업에 진출했다.

중소식품업계는 대기업의 잇따른 사업확장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됐다. 수도권에서 영세업체를 운영하는 S식품 대표는 "경기가 최악"이라며 "식품사업을 왜 시작했나 하는 후회가 든다"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대기업 계열사의 외식사업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도 자영업자들에겐 심각한 타격이다. 지난 2008년 이후 대기업들은 한식,중식,일식은 물론 비빔밥, 샌드위치, 치킨, 돈까스, 일본라면, 떡볶이, 카레 등의 취급품목으로 27개의 상호를 출범시켰다.

대형마트 주변의 중소상인들도 엄청난 매출감소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해 대형마트 주변 반경 5백미터 이내의 점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평균 매출은 최근 3년간 평균 매출보다 점포당 413만원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로 인해 평균매출이 28%나 감소한 셈이다. 정육점, 생선가게, 반찬가게, 떡집, 방앗간 등의 피해가 특히 심각했다.

55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총 계열사수는 지난 1년새 290개가 급증할 정도로 우리 경제의 대기업 쏠림현상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유광수 동반성장실장은 "대기업들이 돈이 좀 된다는 업종과 품목을 싹쓸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SSM으로 골목상권까지 침범하고 있고, 순대,떡볶이 시장까지 침투해 소상공인들의 밥줄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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