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야 본전''이라는 마지막 프리젠테이션에서 평창 유치단은 제대로 홈런을 날렸다. 홈런의 주역은 바로 두 명의 여성 김연아(21,고려대), 나승연 대변인(38)이었다.
지난 6일 남아공 더반에서 진행된 평창의 최종 프리젠테이션에서 보여준 두 여성의 놀라운 연설에 대한 여운이 계속되고 있다. 김연아와 나승연 대변인은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프리젠테이션의 분위기를 적절히 부드럽게 조율하면서도 그안에 강력한 메시지를 담아 IOC 위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아리랑 TV 앵커출신인 나 대변인은 케냐대사와 멕시코 대사등을 역임한 아버지 나원찬씨를 따라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해외 생활을 해왔다. 이에 따라 ''네이티브 스피커''수준의 영어, 불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나 대변인은 최종 프리젠테이션에서 평창의 8명의 발표자중 가장 먼저 등장해 포문을 열었다. 나 대변인은 유창한 영어구사로 IOC 위원들의 귀를 열었다. "평창은 두 번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고, 이에 겸허하게 다시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나 대변인의 강약이 조절된 유려한 말솜씨로 프리젠테이션이 시작되자 이후는 물 흐르듯 흘렀다.
다섯번째로 나선 김연아의 발표도 완벽했다. 오랜 해외경험으로 영어 솜씨가 일품인 김연아는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IOC 위원들에게 정중하고도 강력하게 뜻을 전달했다. 여유있는 시선처리와 손동작, 깔끔한 영어구사는 나무랄곳이 없었다. 김연아의 완벽한 프리젠테이션의 뒤에는 바로 나승연 대변인이 있었다.
''피겨여왕'' 김연아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일등공신 중 한 명. 현재 세계 여자피겨스케이팅의 최강자인 김연아에 대한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어리지만 ''피겨여왕''다운 당당함과 여유를 잃지 않은 김연아에 대해 IOC 위원들과 외신의 호감은 쏟아졌다. 연로한 IOC 위원들도 체면치례를 마다하고 김연아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김연아 역시 여러 국제대회를 다니며 많은 외신 인터뷰를 소화한 바 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뚜렷한 목표로 IOC 위원들에게 설득 작업을 벌여야 하는 프리젠테이션의 경우 그 성격이 다르다.
프리젠테이션은 단순히 유창한 영어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과의 적절한 교감이 필요한 만큼 철저히 계산되어 있는 연극과도 비슷하다. 언제 어떤 시선 처리를 해야할지, 어떤 표정을 짓고 언제 적절한 손동작을 해야할지가 정해지고 문장의 강세를 주어야 할 부분도 모두 정해져 있다.
이에 나승연 대변인이 김연아의 지원군으로 나섰다. 나승연 대변인은 프리젠테이션을 비롯한 각종 스피치의 대가. 여러 스포츠 국제 행사를 다니며 다양한 프리젠테이션을 해온 까닭에 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나승연 대변인은 김연아와 일대일 맞춤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프리젠테이션에 김연아가 발표해야할 원고를 나승연 대변인이 직접 읽어 녹음한 뒤 김연아에게 파일을 보내면 김연아는 이를 통해 연습을 하고 연습한 녹음본을 다시 나대변인에게 보냈다. 나대변인은 이를 다시 듣고 교정작업을 해 다시 김연아에게 지도를 하는 방법이 이뤄졌다.
남아공에 와서는 더욱 밀착교습이 이뤄졌다. 많은 IOC 위원들이 김연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김연아는 프리젠테이션을 더욱 철저히 준비했고 나대변인이 시간 날때마다 연습에 참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두사람의 찰떡 호흡은 결국 총회장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여풍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게 총회장에 불었고 승리는 평창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