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위원장은 6일 오전 9시 방통위 전 직원 월례조회를 하면서 6월 27일부터 7월 4일까지 프랑스와 터키 이란을 방문한 여행기를 장황하게 얘기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에 시작해 36분간 이어진 월례조회 시간에 대변인실에서 준비한 의례적인 원고를 읽은 뒤 "해외방문에서 느낀 소감을 공유하고자 몇 마디 하겠다"라며 15분 넘게 해외방문 여행기를 전 직원을 상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열린 ''OECD 인터넷 경제 고위급 회의'' 개회식 기조연설에 대해 선진국들이 공감하는 걸 보고 더 성숙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꼈다"며 업무과 관련된 얘기를 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이어진 얘기는 개인의 순수한 여행기로 전 직원을 상대로 할 얘기는 아니었다는 것이 방통위 내부 직원들의 평가다.
최시중 위원장은 "짬나는 시간 유적지를 둘러봤다"고 하면서 "루브르 박물관을 가보고 싶었지만 휴관이어서 못가고 베르사유 궁전을 3번째 방문했는데 7~80년대에는 관광객 위주였지만 지금은 젊은 사람들 몇백 명이 줄 선 모습을 보고 관광이 사업이었구나 느꼈다"며 개인적인 감상을 상세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어 "빈센트 반 고흐가 마지막 3개월을 머문 집과 무덤을 봤는데 인상이 깊었다. 2평 남짓한 다락방에서 세계를 감동시킨 작품이 나왔다"고 하는가 하면 "터키에서는 소피아 성당 옆 지하 물탱크를 가봤는데..."로 시작해서 유적지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이날 조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위원장의 얘기를 듣다보니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거나 "이런 얘기가 바깥에 나가면 문제가 될 텐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일부 직원은 "최시중 위원장이 올해 초만 해도 총기가 있어 보였는데 연세가 드셔서 총기를 잃은 건 아닌지 걱정된다"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간부직원들 역시 "최시중 위원장의 조회 연설을 들으면서 전 직원을 상대로 할 얘기가 아닌데..."라거나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서 식사하면서 할 얘기를 전 직원들을 상대로 하는 건 모양이 좋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해외 순방 중 긴박하게 돌아갔던 KBS의 수신료 인상문제나 미디어렙 법안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최 위원장이 해외 방문을 한 기간은 6월 임시국회 막바지 소관 상임위인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KBS수신료 인상안과 미디어렙법의 처리문제로 여야가 대치하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홍성규 부위원장과 실 국장들이 법안 통과를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여.야 의원들을 만나 읍소하며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최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는 수고 했다거나 미디어렙 법안 불발로 겪게 될 어려움 등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월례조회는 매월 첫 번째 주 월요일 아침에 열리지만 이번 7월에는 최시중 위원장의 해외 방문으로 이틀 늦게 열렸다.
조회에는 부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배석하고 기능직 이상 전 직원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이며, 통상 150명에서 200여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