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에서 남서쪽으로 586㎞ 떨어진 곳에 위치한 팔라완은 425㎞ 길이에 면적은 40㎞에 불과한 길쭉한 섬이다. 아직 낯선 곳이지만 사실 필리핀에서 두번째로 큰 지방으로 서울에서 부산만큼 큰 면적을 자랑한다.
1,780여개 섬으로 이루어진 팔라완의 주도는 푸에르토 프린세사로 섬 발견 당시 새로 태어날 스페인 공주의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현지인들은 이곳을 방랑했던 여성의 이름을 따른 것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자연 그대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팔라완은 필리핀 최후의 미개척지, 다양하고 희귀한 해양생물이 가득한 생태계의 보고로 묘사되며, 때묻지 않은 오묘하고 순수한 매력으로 눈길을 붙든다.
지하 동굴 국립공원(St. Paul Subterranean National Park)에 자리잡은 지하 강은 팔라완의 빼놓을 수 있는 명소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시내로부터 북서쪽 80㎞ 떨어져 있는 세인트 폴 산 아래에는 지하 강이 흐른다. 배로 노를 저어가며 건널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강으로, 8.2㎞ 정도 굽이쳐 흐르다가 남중국해로 이어진다.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진 이 지하강은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지하 강으로 들어가는 입구 정글 숲길 주변에는 원숭이와 악어가 사람들을 맞이한다. 이 일대는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지여서 197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5분쯤 숲길을 걷다 보면 지하 강 동굴 탐험 선착장이 나온다. 현지인이 노를 젓고 6~7명이 배를 타고 지하강에 들어가면 다양한 석회암 동굴과 대리석 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배의 맨 앞에 탄 사람이 깜깜한 동굴 속에서 프래시를 비추면 박쥐의 퍼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양한 모양의 석순과 종유석들로 이루어진 암석이 펼쳐진다. 양배추, 해파리 등등 석순과 종유석 생김새에 따라 저마다 이름을 붙이며 1㎞ 남짓 둘러볼 수 있다. 지하강보다는 동굴 강이라는 표현이 더 와닿을 듯하다.
파도가 적당해 서핑을 즐길 수 있고, 한적한 해변을 바라보며 마사지를 받으면 시간이 멈춘 듯 여유로움도 만끽할 수 있다.
지하강과 인접해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사방비치에는 달 루욘 리조트 등 묵을 수 있는 코티지들이 많다.
한편 팔라완은 마닐라에서 1시간30분가량 비행 시간이 소요된다. 필리핀 국적의 저비용 항공사 세부퍼시픽은 2002년 한국-필리핀 국제선 운항을 시작했고, 현재는 서울-마닐라(주 14회), 서울-세부(주 7회), 부산-마닐라(주 4회), 부산-세부(주 4회)를 운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