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저녁 열린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 사립대 총장 간담회는 사립대 총장들의 한풀이 자리를 방불케 했다.
이른바 ''반값 등록금'' 논란 와중에 등록금 사태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다시피 한 사립대의 총장들 마음속에는 맺힌 응어리가 아주 많아 보였다.
이날 사립대 총장들이 토해낸 원망의 큰 갈래 중 하나는 재정지원에 인색한 정부를 향한 것이었다.
총장들은 이주호 장관에게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강력히 주문했다.
연세대 김한중 총장은 "고등교육 80%를 담당하는 사립대는 외면한 채, 국립대에만 정부 재정을 집중하는 현 상황을 계속 유지할지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림대 이영선 총장은 "대학의 자구적 노력이 일시적으로 등록금 부담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이고 근본적 대안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교협 ''등록금대책TF'' 위원장을 맡은 이영선 총장은 "사립대 재정지원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변화가 있어야 근본적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게 많은 총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언론도 사립대 총장들의 원망을 피하지 못했다.
연세대 김한중 총장은 "언론의 등록금 논란 관련 보도를 보면, 영화 ''공공의 적 2''에 나오는 강철중 검사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언론이 사립대를 마치 척결해야 할 공공의 적 대하듯 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한중 총장은 "사학은 공공의 적이 아니"라며 "언론이 사학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 줄 것"을 호소했다.
특히, 김 총장은 ''언론이 대학마다 천차만별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뭉뚱그려 보도함으로써, 많은 오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 꼬리를 잘라 호랑이 몸통에 붙여 놓고 이를 하나로 묘사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서강대 이종욱 총장은 사립대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주요인 중 하나인 적립금 문제 관련 언론 보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종욱 총장은 "언론이 등록금이 적립금으로 전환된 액수만 부각해 보도하고, 그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적립금이 등록금 회계로 넘어간 사실은 무시한다"고 비난했다.
"이런 식으로 국민을 오도하는 것은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 총장은 언론의 보도 행태를 꼬집었다.
사립대 총장들은 무책임한 반값 등록금 논란으로 온 나라를 들쑤셔 놓기만 한 정치권에도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성균관대 김준영 총장은 "국회가 말만 앞세워 대학을 흔들지 말고, ''대학기부금 세액공제'' 등 사립대 재정 확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록금 논의가 정치권 주도로 진행되면서, 대학의 절대적 가치인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강하게 제기됐다.
충남 천안 나사렛대학교 임승안 총장은 교과부가 최근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부실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
임승안 총장은 "''재학생 충원율'' 등 교과부의 부실대학 지표는 지금의 열악한 지방 현실을 고려할 때, 대학이 지방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실로 보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임 총장은 따라서 "대학을 ''사람 숫자'' 등 수치로만 평가하지 말고, 그 대학이 존재하는 환경 속에서 국가와 사회에 얼마나 공헌했는가를 살피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이날 낮은 자세로 사립대 총장들이 쏟아내는 불만과 원망, 요구를 경청했다.
앞서, 지난 16일 국공립대 총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하위 15% 대학에는 정원 감축이라는 ''강한'' 조치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장관은 "등록금 문제로 불거진 한국 대학의 위기 극복은 총장들께서 주도하시는 것이고, 정부는 그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정부로부터 받는 게 별로 없는 사립대 총장들은 위축될 이유가 없었고, 사립대에 주는 게 그리 많지 않은 교과부 장관은 몸을 낮출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