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반대, 왜?

실업계고 "학벌주의 심화시킬 것"…"실업계고 직업교육에도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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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들이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며 광화문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지만 이걸 마뜩잖게 보는 학생들도 있다.

바로 일부 특성화고(실업계고) 학생들이다. 대학에 가지 않고 졸업 후 곧바로 취업을 하는 학생들인데,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들은 특히 등록금 지원을 결국엔 세금으로 하게 될 거라는 점 때문에 반값등록금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3학년 황 모 군은 ''''무조건적으로 등록금을 지원하라고 하는데 우리 부모님이 낸 세금을 들이지 않고 그 게 가능하리라고 보지 않는다. 특히 그 돈을 지원 받는 학생들 가운데는 노력하지 않는 학생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그들에게까지 등록금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반값등록금 반대의 이면엔 학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우리 사회에 학벌주의를 더 고착화 시킬 것이라는 걱정도 담겨 있다.

황 군은 ''''우리 사회는 학력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지금 대부분의 대학졸업자들은 빚쟁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데 그렇게 되는 것보다는 실력을 키워서 사회에 환원되는 게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군 역시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더 지원해야 하고 대학들은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더 내놔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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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반값등록금이 실현되면 직장 대신 대학에 가겠다는 특성화고 학생들도 있었다.

이 학교 3학년 김 모 양은 ''''지금으로서는 내년에 졸업하고 취직을 할 생각이지만 당장 등록금이 반으로 줄어들면 대학에 가는 걸 고려하겠다. 사실 등록금 때문에 부담감이 돼서 대학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인데, 등록금이 싸지거나 반값이 된다면 그 거는 나에게 기회인데 그걸 왜 포기 하겠느냐''''고 말했다.

반값등록금의 부작용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실업교육계에서는 대학정원을 줄이지 않는 조건에서 이뤄지는 반값등록금은 오히려 직업 교육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들을 하고 있다.

안산공업고등학교 김소한 교장은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82%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이들이 졸업하면 결국엔 청년실업자가 된다. 취업이 안되니까 이 대졸 청년들이 하는 일이 정부가 운영중인 직업훈련원에서 직업 교육을 받는 것이다''''라고 꼬집으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반값 등록금은 더욱 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반값 등록금은 그나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직업 고등학교에서의 직업교육의 질까지 떨어뜨리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직업 고등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고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자라야 건강한 사회가 되는데 지금의 논의는 이런 게 빠져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직업학교 학생의 비율은 25% 정도다.

OECD 28개국 가운데 23위로 아주 낮은데 그나마 이 직업학교 학생 70%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실정이다.

등록금을 낮추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되도록 교육구조를 개혁하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게 실업교육계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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