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만에 고국땅을 밟은 송두율 교수는 선친의 묘소를 참배하며 감격과 회한의 눈물을 뿌린다. 그것도 잠시.북한 조선노동당에 입당해 수 차례 방북하고, 김철수라는 가명으로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된다. 여러 신문 논조는 그에게 전향,즉 준법서약을 요구했고, 그는 거부했다. ''2003년 그는 스파이였지만,2008년 그는 스파이가 아니었다.''(나레이션 중) 영화 말미에 2004년 송두율 교수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독일로 가기 전에 부인 정정희씨와 함께 제주도에 들러 고국의 갯바람을 쐬며 환하게 웃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송교수는 갯내음 진한 한국에서 경계인으로서 살고자 열망했다."경계인으로 살기 위해 노동당을 탈퇴하며, 여기 살고자 한다. 나라의 민주화와 남북화해협력에 기여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남한)사회는 경계인을 포용할만한 여건이 되지 못하였다. 그의 마지막 말이 머리를 스친다. "국가보안법이라는 법도 아닌 것이 법의 역할을 하고, 스스로 법인 것처럼 사람을 옥죄는 관습으로 행세해왔다. 이제는 21세기가 지향하는 것을 고민하고, 우리 사회와 민족을 위해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 경계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국가보안법은 어떤 것일까? 그는 "국가보안법으로는 제 사건이 마지막 기록이길 바란다."고 했다.
아르코 미술관의 <데페이즈망- 벌어지는 도시>(생소하게 보여주기:꽃봉우리가 벌어지는 도시)전은 우리의 도시를 문화예술의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특히 도시 속에 담긴 문화예술의 혼성적이고도 융합적 특성을 진지하고 다루고 있다. 도시는 그것을 물리적 구조로 보는가, 역사적 산물로 보는가,문화적 총체로 보는가,다시 말해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인식된다. 데페이즈망(낯설게 하기,생소하기 보여주기,풍경의 재구성)은 낯익은 사물들이 낯선 장소에 놓일 때 일어나는 충격을 미학적으로 간주하는 말이다. 그래서 도시는 그 자체가 데페이즈망(생소하게 보여주기)인지도 모른다. 도시의 물리적인 외형만이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의식구조와 문화예술 모두가 ''데페이즈망(낯설게 하기)''이라는 게 기획자의 설명이다. 가령 고속도로의 옆의 초가집이나 흰 한복을 입고 봇짐을 머리에 인 시골 여인은 생소하다. 이번 전시에서 전몽각의 사진작품 <경부고속도로>시리즈는 이러한 풍경을 보여준다.김기찬의 강아지를 등에 업은 소녀가 담긴 1960년대 뚝방촌 풍경 사진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송두율 교수 재판:독일국적의 송두율 교수는 2003년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귀국을 감행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9개월동안 징역을 살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2008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서울고법은 송교수에 대한 원심을 감경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북한이 남한의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려는 상황에서 장기간 친북활동을 해 엄히 처벌해야 하지만, 송 교수가 현재는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1심 재판부는 송 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이 맞다며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밀입북 혐의 등 만을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그러나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상 탈출죄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북한에 들어가야만 성립된다며 항소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서울고법은 송 교수에 대해 다섯 차례의 방북 가운데 독일 국적을 취득한 뒤 이뤄진 한 번은 무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