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의사나 치과의사,수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가 가능한 ''처방 의약품(prescription drug)''과 처방전 없이도 구매가 가능한 ''비처방 의약품(non-prescription drug)''으로 나뉘어져 있다.
처방 의약품은 고농도 의약품이나 습관성 약물 등으로 의사의 전문적 복약지도가 필요한 약품이다. 반면 비처방 의약품은 안정성과 효능이 입증된 의약품으로 의사의 복약지도 없이도 소비자가 손쉽게 복약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비처방 의약품은 판매대(counter)에서 곧바로 구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OTC(over the counter) 약품''으로도 불린다.
비처방 약품이라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일반 수퍼마켓이나 편의점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미국에서는 대형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특히 미국내 도처에 있는 ''라이트 에이드(rite aid)''나 ''CVS'' 등은 일반 잡화점이면서도 비처방 의약품을 종류별로 다양하게 갖춰놓고 있어 미국내 의약 소비자들이 자주 찾고 있다. 감기약은 물론 진통제,해열제,안약,구급상비약 등을 종류별로 연령별로 다양하게 갖춰놓고 있어 소비자들이 장을 보다가도 약품이 필요하면 손쉽게 살 수 있게 돼 있다. CVS 등은 또 24시간 365일 영업을 하기 때문에 심야시간에도 구급약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물론 내부에 별도의 약국도 있기 때문에 처방 의약품도 약사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비처방 의약품 가격은 같은 효능이라 하더라도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1달러~50달러로 상당히 저렴하다.
이처럼 비처방 의약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미국 특유의 ''자유방임주의''가 작용하고 있다. 안정성과 효능,복약 편의성이 입증된 대부분의 의약품들은 비처방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또한 의료비가 비싼 것도 비처방 의약품 활성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워싱턴 D.C.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 니콜 케이먼(38.여)씨는 "전문 의약품은 상당히 고가"이라며 "병원을 찾는 대신 CVS에서 약을 사먹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 알러지성 피부질환의 경우 스테로이드 연고 1개와 10일치 항생제 등 처방 약품 가격이 200달러(한화 21만원 상당)가 넘는다. 반면 비처방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연고는 40달러(한화 4만원 상당)에 살 수 있다.
약사들의 경우도 처방조제 수가가 높기 때문에 굳이 비처방 의약품 판매에 신경 쓰지 않고 처방 약품 조제에 더 큰 신경을 쓴다.
비처방 약품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다 보니 오남용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10대들의 비처방 약품 오남용 사례가 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FDA는 비처방 의약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3~5년 주기로 비처방 약품이라 하더라도 습관성을 유발할 경우 ''처방 약품''으로 재분류하기도 한다.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등 6개 주의 경우 비처방 약품이라 하더라도 약사와의 상담을 거쳐야만 살 수 있도록 진열대 대신 ''약사의 약장에 보관하는 (behind the counter)'' 제3의 의약품 분류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성분)을 만들 수 있는 ''슈도에페드린'' 성분의 감기약은 ''약장에 보관해야 하는'' 의약품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또한 ''약사 보조(technician)''의 역할도 엄격하게 규제해 조제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버지니아주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한 한인 약사는 "미국과 한국의 의료보험 제도가 다른만큼 미국의 의약품 판매 제도를 한국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며 "소비자 편의와 약가, 의료보험 수가 조정 등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