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보수우익의 길을 예비하라

[변상욱의 기자수첩] 평화통일정책 대통령 자문기구가 가진 230만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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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김현욱 전 의원이 내정되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평화통일 정책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헌법기구이다. 국내외에 자문위원 1만7800 명을 거느리고 267개 지역협의회를 갖춘 대한민국 최대 조직이다. 의장이 대통령이므로 수석부의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는 민주평통 최고 책임자다.

◈ 김현욱 수석부의장 내정자가 누구냐고?

현 국제외교안보포럼 이사장을 맡고있는 김현욱 전 의원은 5공화국 정권 하의 민정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내고 자민련에서 1번 더 국회의원을 한 인물로 보수우익진영에서 실제로 단체들을 이끌며 활동해왔다.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발기인 - 이 단체는 80년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과정에서의 학살은 북한 특수부대 소행이라 주장하며 세계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할 수 없다고 반대운동을 편 그 단체이다.

△2007년 가톨릭뉴라이트 상임의장 - 가톨릭뉴라이트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비리 폭로에 참여하자 정의구현사제단을 반미좌익단체로 규정한 그 우익단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선거캠프 고문 - 2008년 그 말 많고 탈 많았던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고문.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판결을 받고 온갖 비리의혹에 휩싸였던 공 교육감에게 무슨 자문을 해줬을까 궁금하다.

그 밖에 자유민주주의시민연합 공동의장, 반핵반김국민운동 의장도 역임한 대북강경정책의 주도적 인물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를 총괄하는 실무책임자는 사무처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던 김대식 사무처장은 한나라당 당 대표직에 출마하느라 2010 7월에 사표를 내고 떠났다. 그 뒤를 이어 김병일 사무처장(서울시 뉴타운사업 본부장 출신)이 잠시 맡았다가 지난 3월에 느닷없이 교체되어 지금은 이상직 호서대 교수가 맡고 있다.


이상직 호서대 교수는 2006년 초에 대구에서 이명박 대통령 지지모임인 선진한국 국민포럼을 창립해 이 대통령을 도왔고, 국민포럼을 확대해 이 대통령의 사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결성한 TK 측근 조직통이다.

교수로서의 전공분야는 경제학을 공부하고 노인벤처학과 교수로 재직 중 발탁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임명한 김대식 전 사무처장도 일본학과 교수로 민주평화통일과 관련은 없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사조직 선진국민연대 조직에 기여한 바가 크다. 줄줄이 낙하산인 셈이다. 왜 그리 신경을 쓰시는가?

◈ 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인가?

민주평통은 국내, 국외에 1만7800명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조직원을 품고, 국내 232개 지역협의회, 국외에 35개 지역협의회를 갖고 있어 조직도 탄탄하다. 지역유지와 지방의원들이 대거 평통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그래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여권의 커다란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는 조직이다. 특히 재외국민 참정권이 적용되는 2012년 선거부터는 재외국민 투표가 큰 변수로 작용한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투표와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질 유권자가 229만5천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외국 교민사회에서 민주평통자문위원은 벼슬 아닌 벼슬이다.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해외순방을 하면 늘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을 모아 놓고 밥 한끼 내며 간담회하는 게 통상관례이고 그러다보니 안면을 넓혀 훈장이나 포상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한인사회에서 가장 크고 짜임새 있는 그룹이 평통자문위원 모임이다. 재외국민 투표가 실시될 경우 재외공관까지 와서 투표를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 힘은 지역 한인회와 민주평통이 쥐고 있다. 한인회와 민주평통 인물들은 상당수 겹쳐 있으니 재외국민 투표에서의 민주평통의 영향력은 대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민주평통을 대통령 대선캠프나 사조직 인물들로 채우는 것은 대통령 1인지배체제의 확대와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고 보수우익 진영의 다음 길을 예비하려는 의도로 보일 수 있고 당연히 그리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LA에서 사업을 한다는 블로거 찰리 정의 글 중 일부를 옮겨보자.

"그동안 민주평통의 모습을 보면 진정으로 국민의 여망이 담긴 통일을 위한 기관인가를 의심하게 만든다. 해외 각 지역의 평통 협의회 후보자 선정이 시작되면 교민사회는 언제나 분란이 끊이지 않고 선정된 후보자들은 부도덕한 행동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정부의 힘을 빌어 권력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마치 민주평통위원이 되면 힘이 있고 지역사회에서 행세를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재외선거도 한 몫 거들고 있다. 대통령 자문기관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워 정치적 기반을 다지려는 행태가 일어나고 있다 ...... 사실 그동안 미주지역 민주평통의 존재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인선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추천 명단에도 없었던 낙하산 인사들이 지역협의회 회장에 임명된 일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과 민주평통 사무처에 줄대기를 위한 브로커까지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브로커들은 자신의 인맥을 통해 민주평통위원에 위촉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금품을 요구한다. 일부 자격요건에도 미달되는 사람들이 버젓이 평통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기관인가, 국민의 신뢰를 받아왔는가, 한민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관인가?"

이번에는 미주 선데이 저널 2009.3.11 자 기사의 일부이다.

"LA 민주평통협의회에서 OC(오렌지카운티)지역을 분리독립시키는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재미동포사회의 참정권이 부활되면 차기 국내총선을 의식해 예비경쟁자들 간의 음해공작도 치열해 질 것이 자명하다. LA에서 OC가 분리되면 OC 평통협의회장도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가 될 수 있다. LA총영사는 LA, OC 평통회장 후보 추천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일부 단체장들은 이런 낌새를 눈치 채고 총영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평통위원을 시켜주겠다는 것을 미끼로 지인들에게 로비자금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ㄷㄷ
◈ 과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역할은 무엇이고 미래는 무엇일까?

국민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이 바라는 민주평통의 역할은, 평화통일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 의견수렴이 48%, 시군구 지역에 통일여론 조성이 21.2%로 나왔다. ''자문 역할에 충실하고 지역 사업이나 조직확대는 자제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확인된 바 있다 . 하지만 지난해 10월 정기국회에서 제기된(민주당 원혜영 의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업 예산 분석을 보면 이런 국민적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

민주평통 2010년 ''관리예산'' 119억원 (2008년 75억 원에서 급증) 인 반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위해 마련된 ''분과위원회 지원예산''은 7억6천만원에 불과하다. 명색이 자문회의에서 분야별 전문가 자문을 듣는 예산이 겨우 6%라면 실제 목적이 무언지 의심스러워진다. 분과위원회는 통일과 남북관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능이다. 지역관리는 조직을 관리하고 지역에 여론을 조성하는 사업 기능이다.

이 문제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게 있다. 2005년 12기 민주평통 자문위원 구성 때 당시 야당 소속이던 박계동 의원이 "왜 자문위원 수가 1만6천 명인가, 1만 명 이내로 줄이겠다고 하지 않았냐? 이건 모두 지방선거와 다음 대선을 위해 친여 인사로 조직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 결국 여당 선거운동이다"라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정권이 평통자문위원 1만4900 명을 슬그머니 1만6천명으로 늘렸다가 야당인 한나라당에게 들킨 것이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어 2009년 11월 정기국회로 넘어오면 민주당 의원들이 난리법석을 친다. "도대체 1만7천명이 뭐하는 데 필요 하냐, 하도 많아서 임기 2년 동안 전체가 모이는 건 딱 한 번뿐이다.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조직이다. 뭐 빼고 뭐 빼고 딱 50명이면 된다."

역시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경우 40명 이내로 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50명 선이 어떤 기준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다. 본래 민주평통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구집권을 꿈꾸며 통일주체국민회의을 만들어 체육관 대통령 선거를 실시했던 것이 그 뿌리이다.

전두환 정권에서 이를 변형시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라는 전시성 거수기 역할의 기구를 꾸림으로써 명맥을 유지하게 됐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정치적 필요에 의해 유지했던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한나라당 내 쇄신과 개혁을 바라는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축소나 폐지 쪽으로 의견들을 냈지만 항상 정치적 목적과 이유 때문에 합리적 축소나 폐지 방안은 가로 막히고 묻혀 버렸다. 이제 민주평통이 다시 글로벌(?)하게 기지개를 켠다. 보수우익의 길을 예비하러 나선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다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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