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길래 관객들이 몰리는 거냐?
= Why 뉴스를 하기 위해서 영화를 두 번 봤다. 평일에 봤는데 관객이 적지 않았다. 관객의 대다수는 아줌마로 불리는 여성들이었다.처음 본 날은 관객이 50여명이었는데 남성은 저를 포함해서 서너 명에 불과했다. 영화를 본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미있는 오락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명작이라거나 감동을 주는 건 아니지만 웃음과 울음을 자아내고 25년의 시간을 넘나들면서 추억에 빠져들게 한다. 음악이나 배경, 음악다방이나 과거의 인기 있는 프로그램 배우들의 얼굴거리의 모습 등등이 복고 분위기를 자아낸다. 80년대를 산 사람이라면 그 분위기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송효정 영화평론가는 "영화가 건강한 웃음과 눈물을 준다"면서 한마디로 하자면 "매끄럽게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라고 평가했다.
▶ 특별히 아줌마들이 영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 영화를 본 아줌마들에게 물어봤다. 첫 답변으로 나온 말 중 "여고시절 친구가 보고 싶었다"는 대답이 많았다. 또는 "여고시절이 그립다"거나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대답이었다. 영화를 본 많은 아줌마들이 여고 동창생과 연락을 했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아줌마''란 단어는 익명성이다. 아줌마의 특징을 들자면 파마머리에 퍼진 몸매, 예의 없으면서 자신의 자식과 남편을 위하는 억척스러움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줌마가 친구를 찾아 나서면서 자신을 찾는다는 설정이 아줌마들을 끌어 들이는 것 같다. 영화평론가인 동국대 유지나 교수는 "처음으로 여자들에게 힘을 주는 영화"라면서" 여성을 그렸고 여성들에게 기운을 나게 한다"고 말했다. 유지나 교수는 "아줌마들이 익명에서 벗어나서 소녀시절의 꿈을 회복하는 장면은 인생에서 필요한 부분"이라며 "중년여성에게 주는 메시지가 강렬하다"고 평가 했다. 영화 대사 중 "나는 엄마로, 집사람으로만 살아왔다" "그런데 최소한 내 인생의 역사에서는 내가 주인공이었다"는 말이 아줌마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는 ''써니앓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모녀간에 영화를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데?
= 트위터에 그런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써니… 전 엄마랑 같이 봤었어요. 보고나서 엄마도 재밌다고 했었구요. 옛날 생각난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만난 사람 중에 "딸들이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줄로만 알았는데그 영화를 보고나서 엄마에게도 소녀시절이 있었고 꿈이 있었다는 걸 이해하더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과거를 회상하면서 영화를 보거나 딸과 함께 엄마의 과거시절을 함께 회상하면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영화평론가는 "첫사랑에 실패한 나미를 현재의 나미가 다가가 안아주는 장면은 소녀와 아줌마가, 과거와 현재가 사실은 한 여자 안에 고스란히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트위터나 인터넷에서 영화 써니를 검색해보면 간혹 홍보성 글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영화를 본 후기들을 많이 올리고 있다.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살았지만 내가 주인공이였다는 걸 알았다" -영화 써니 중- 그래. 울 주부들은 남편과 아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넹. 아닌데 내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하는 건데.*^^*>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영화 써니 대사 중. 코믹스럽지만 나름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 써니. 과거의 내 꿈은 무엇이며 현재 과연 나는 어떤 꿈을 향해 가고 있는 건지. 또한 앞으로는….
어제 써니 보고 왔어요.ㅋㅋ완전 재밌고 마지막에 찡했다는. 하춘화 넘 멋있어.ㅋㅋㅋㅋ그거 보고 든 생각이 나도 저렇게 재밌게 놀 수 있는 친구가, 경험이 있었나 싶고 나도 저런 친구가 되고 싶기도 하고. 재미 뒤에 찡한 여운을 둔 간만에 좋은 영화
드디어 오늘에서야 써니 보다. 유쾌하고 잼있 는영화.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영화였다. 같이 본 언니는 눈물까지 흘리던데…. 난 감정이 메말랐나 왜 눈물이 안나지? 나름 공감되는 영화였는데. 등등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 문화적인 복고 열풍과도 연관이 있는 거냐?
= 아무래도 그런 영향이 적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영화 ''써니''에 나오는 음악이 그 시대 유행했던 음악들이다. 나미의 ''빙글빙글''이나 보니엠의 ''SUNNY'' 등 배경음악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최근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70~80 시대 음악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문화적 트렌드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LP판이 가득한 음악다방, 기차여행과 80년대 대표적인 가두시위와 최루탄 등등 80년대 문화풍경이 영화를 채우고 있다. 배우들의 이름도 나미, 하춘화 윤복희(유복희?) 등등 당시에 유명했던 가수들의 이름을 연상하게 한다.
▶관객들의 반응도 추억이나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
= 영화를 보고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25년의 세월을 넘나들기는 하지만 주로 과거 회상이나 추억에 매달려 있다. 송효정 평론가는 "추억 속에 머물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으로서의 자아실현은 없다"라고 말했다. 송 평론가는 "영화 써니가 추억으로 환상적인 보상을 받고 현실에서도 보상을 받는 그런 점에서 현실도 불안하지 않고 과거도 추억함으로써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영화에서 부족한 것은 미래를 보지 않는 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여성을 중심에 둔 여성의 영화이면서도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여자는 추억을 먹고 살고, 남자는 꿈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는데 그 세간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써니''가 여러 세대에 두루 통하는 대중적인 영화로서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는 있지만 여성으로서 자존감을 회복하거나 현실적으로 자아를 성취하는 그런 단계로 나가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폭력이나 욕설을 미화했다는 비판도 있는데?
= 영화를 보면서 비슷한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욕설이 지나치게 과장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서도 "욕설이 지나쳤다"는 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화가 여성판 ''친구''같다는 평가도 종종 나온다. 80년대 교실이 80년대를 표현한 영화처럼 그렇게 폭력적이었나?는 물음에 반드시 그렇다고 답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그런 측면을 미화하는 건 아닌지 하는 비판적인 의견들도 나온다. 영화를 만든 강형철 감독이 언론 인터뷰에서 "1차 관객인 내가 먼저 봤을 때 즐겁냐 안 즐겁냐,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내가 먼저 만족해야 된다"는 얘기를 했다. 영화로서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를 우선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한 영화평론가가 "기대수준을 크게 높이지 않고 재미로 본다는 생각을 갖고 본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말이 가장 와 닿은 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