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가 그동안 초·중등교육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했지만, 진정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대학교육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논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초·중등교육에 대한 재정 투자는 OECD 회원국의 평균보다 높으나, 대학에 대한 투자는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모 사립대학의 총장이 한국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미국보다 더 싸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정직하지 못한 발언이다.
미국의 경제력과 국민소득을 감안한다면 재고할 가치도 없지만, 대학교육에 대한 인식이 너무 천박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전체 대학생의 80%가 주립대학에 다닌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음만 먹으면 부담이 적은 주립대학에 진학할 수 있으며, 비싼 등록금을 부담할 조건이 되는 학생들만 사립대학을 선택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전체 대학생의 86%가 사립대학에 다닌다.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학으로 내 몰리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교육부가 무분별하게 인가하여 사립대학이 난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구조 조정을 명분으로 국립대학의 학생정원을 지속적으로 감축시켰으며, 줄인 정원을 사립학교에 나누어 배정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립대학을 인가해 주었다.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연간 1000만원에 이른 것도 정부가 무책임하게 등록금을 자율화한데에 기인한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하나, 논란만 증폭되는 형국이다.
두 당의 주장은 저소득층이나 기초 생활수급자 등에 대한 장학금 확대, 그리고 학자금에 대한 대출 이자 인하 등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립대학과 국립대학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한다면 천정부지로 솟아 있는 사립대학의 등록금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꼴이 된다.
더욱이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하고, 족벌경영과 부패로 얼룩진 사립학교의 공공성이나 투명성 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학생을 볼모로 국민 세금을 퍼 붓는다면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모든 대학을 국립화할 것인지, 아니면 국립과 사립을 병존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국립대학의 학생 정원을 늘리기만 해도 부실 사학은 단숨에 정리될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 교육에 대한 재정투자를 OECD 회원국의 평균인 GDP 1%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는 어렵지 않다.
지병문 전남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