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고, 성매매했으니 돈갚아라" 양식장 인신매매의 진화

장애인·노숙자들에 술먹이고 성매매까지 알선…빚지게 한 뒤 낙도 섬에 팔아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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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폭력을 휘두른 뒤 일이 힘든 섬 양식장으로 팔아넘겼던 인신매매가 ''빚''을 씌우는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적장애인 등에게 술을 먹여 성관계를 알선하고 빚을 씌운 뒤 낙도 어선에 팔아넘긴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 "공짜술 먹었으면 일해야지" 빚 씌운 뒤 섬에 팔아넘겨

지적장애 2급인 A(29)씨는 지난 3월, 전남 목포터미널 일대를 돌아다니던 중 직업소개업자 김 모(53) 씨를 만났다.

김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주점으로 A씨를 데려가 "좋은 직업을 소개시켜주겠다"며 양주를 먹이고, 성매매까지 알선해줬다.

판단력이 흐린 A씨는 김 씨가 시키는데로 했고 이틀 만에 술값과 성매매 명목으로 무려 빚 340만원을 지게 됐다.

김 씨는 A씨에게 "빚을 갚으려면 새우잡이 어선을 타야 한다"며 선주 이 모(54) 씨에게 A씨에게 덮어씌운 빚 340만 원을 받고 팔아넘겼다.

이후 A씨는 전남 목포에 있는 한 새우잡이 어선에 끌려갔다.


무려 석 달 동안 7톤짜리 소형어선에서 무임금으로 일하던 A씨는 일이 서툴다는 이유로 다른 간부 어선 선원들에게 양손과 목에 줄이 묶인 채 집단폭행을 당하는 등 매일같이 무차별 폭력에 시달렸다.

결국 참지 못한 A씨는 지난 2일 선원들이 잠든 틈을 타 배안에 있던 전화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일이 너무 힘들다. 목포인데 어딘지 모르겠다.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고, A씨 아버지가 해경에 신고하면서 결국 지옥 같은 선원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구출 당시 A씨는 안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얼굴과 온몸이 멍투성이로 뒤덮여 있는 등 상처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08년에도 다른 직업소개소업자에게 속아 해남, 군산 일대 양식장으로 넘겨져 3년간 무임금 노동을 해왔지만, 정확한 양식장의 위치 등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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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식·술·성매매 제공'', 빚갚느라 1년간 무임금 노동

이처럼 판단력이 흐린 지적장애인이나 연고가 없는 노숙자 등에게 술을 먹여 빚을 지게한 뒤 낙도 등 섬 양식장에 팔아넘긴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해경에 따르면 무허가직업소개업주인 김 씨는 지난 2008년 1월부터 최근까지 택시 운전을 하면서 배회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무려 29명을 팔아넘겨 3억여 원을 챙겼다.

해경은 김 씨와 선주 이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A씨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휘두른 선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주점을 함께 운영한 김 씨의 아내와 성매매여성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해양경찰서 이현철 경위는 "과거 물리적 폭력을 휘둘러 섬에 팔아넘기는 인신매매가 성행했다면, 최근에는 장애인이나 오갈 곳 없는 노숙자를 상대로 숙식과 성매매를 제공한 뒤 빚을 씌우는 수법으로 섬에 팔아넘기는 방법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이런 수법으로 팔아넘겨 진 선원들은 1년 가까이 무임금으로 고된 선상생활을 하고, 일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하는 등 인권유린을 당해왔다"고 말했다.

해경은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특별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해경은 A씨 사건을 수사하던 중 타인의 명의를 빌려 직업소개소를 차린 뒤 불법으로 200여 명을 어선으로 인계해 1억 8천만 원을 챙긴 업주 박 모(52) 씨와 선주에게 돈만 받고 선원을 보내지 않는 수법으로 2억 원을 챙긴 직업소개소 업주 최 모(50) 씨도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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