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사태'' 언론 보도, 기자에게 영혼이 없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평균 연봉 7천이라고 보도한 기자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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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유성기업 파업 노동자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유성기업 파업과 노동자 연행 사태를 지켜보며 떠오른 의문점들을 추적해보자.

첫 째, 왜 유성기업의 주가가 뛰어오르나?

유성의 파업 소식이 전해 진 뒤 유성기업의 주가가 뛰어 올랐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노동자 파업 기업의 주식이 뛰는가. 언론에 잔뜩 보도된 기사에 의하면 유성기업은 2008년부터 3년 연속 적자이다. 적자인 이유는 노조가 파업할 때마다 회사가 노조에 질질 끌려 다녀 임금을 올려 주다보니 최근 수년간 영업적자를 냈다고 되어 있다.


이 기사들은 회사 측이 제공한 개별재무제표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되어 있는 유성기업 재무 상황 중 당기순이익(출처: 미디어 오늘)을 살펴보니 내용이 다르다.

2010 당기순이익이 118억 흑자, 2009년 16억 적자(금융위기), 2008년 59억 흑자, 2007년 133억 흑자, 2006년 128억 흑자. 영업이익은 순수하게 영업 한 걸로만 따지고 당기순이익은 영업외 수익과 비용을 합쳐 따지므로 기업의 경영상태를 더 정확히 알려면 당기순이익까지 살피는 게 상식이다.

또한 언론들이 인용한 재무제표는 개별재무제표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바뀐 회계기준으로는 연결재무제표를 따져봐야 한다. 유성기업 경영실적 뿐 아니라 유성기업이 경영권을 갖고 있고 대주주로 지배하는 자회사를 모두 합쳐서 따지므로 더 투명하고 정확한 자료이다.

당기순이익 2010년 157억, 2009년 13억, 2008년 68억, 2007년 132억, 2006년 143억.유성기업만 놓고 볼 때보다 더 흑자행진이다. 상장사 뿐 아니라 비상장사를 통해서도 이익을 올리는 탄탄한 구조를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성기업이 파업에 들어가자 궁금해진 투자 전문가들이 언론 보도 대신 제대로 된 회계자료들을 살펴보고 나서는 ''''어, 이거 알짜배기 회사네''''하면서 달려들었단 결론이 나온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5년 동안 당기순이익을 낸 회사에, 관련 부품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독점기업이며, 그동안의 노사쟁의 내용을 살펴보니 심각한 적도 없어 곧 경찰 병력에 진압될 것 같고, 짭짤한 투자 대상을 발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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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째, 왜 이런 혼란이 빚어지는 걸까?

물론 회사 측이 교섭에 더 성실히 임하며 성의를 보이고 제대로 된 자료들로 교섭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교섭 과정에서 원청 대기업의 눈치를 살피며 진행한 흔적도 있다. 또 다른 혼란의 단초는 미루어 짐작컨대 원청 대기업과 하청 대기업의 불평등 거래관행에서 찾을 수 있다.

자동차를 완성해내는 원청 대기업들의 경우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 중소기업이 영업이익을 많이 내면 ''''옳다구나'''' 하면서 납품단가를 후려쳐 깎는 억지를 부려왔다. 그래서 하청 중소기업들은 이런 횡포를 피하기 위해 재무제표를 만성적자로 꾸미는 마사지 기술을 사용해 왔기에 이번의 경우도 개연성이 있다.

또 하나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직장폐쇄에 돌입한 뒤 용역업체 사람들을 고용해 강력히 몰아붙이고 (노조원들을 차로 들이받아 노조원 13명이 다침), 곧바로 경찰병력을 요청해 진압한 사태의 배경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완성차 대기업들이 유성기업이 부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라인에 차질을 빚을 경우 1시간당 18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물도록 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회사 측이 서둘러 직장 폐쇄를 신청하고 노조원들을 회사 밖으로 내보낸 뒤 대체인력으로 작업을 서두르려 한 것이나, 노조원들의 농성이 벌어지자 경찰병력을 곧바로 요청해 진압케 한 것도 이런 황당한 노예계약이 이유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파업은 불법이 아니었다. 5개월 동안 11차례 교섭하고, 1차례 조정과정 거치고, 사측이 불성실하게 임한다고 쟁의조정신청서 내 찬반투표 거치고, 쟁의행위신고서 노동당국에 접수했다. 그래도 전면파업은 피하고 작업장 점거나 시설파괴가 일체 없었고 경찰에게 입 한 번 열지 않고 끌려간 온건하고도 합법적 쟁의였다.

셋 째, 유성기업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7천만원이라면 파업은 너무하다고?

제목만 훑어보면 7천만 원이라 놀랄 수 있지만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면 평균 월급이 7천만 원 수준이라고 되어 있지 않다. 기본급, 수당, 복리후생비, 퇴직금을 합쳐 7천만 원 수준이라고 되어 있다. 그나마 이런 설명이 들어있지 않은 기사가 태반.

나중에 공개된 급여 명세표를 들여다보면 8년차 노동자 월급은 연장근로 30시간, 휴일특근 15시간, 세금, 보험 포함해 251만원. 퇴직금 포함해 계산해도 연봉 3천만원 수준이다.

연봉 7천이 되려면 근속년수 30년 가까이 된 사람이 연장근무, 특근까지 잔뜩 해야 나오는 액수라는데 평균 연봉 7천이라고 보도한 기자들은 누구인가? 오보면 정정을 하던지 후속 기사에서 반론을 써 주든지 해야지 오보임이 판명되어도 입을 닦고 침묵하는 기자들이라니. 기자들이 이젠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없어져 간다.

정말 평균 임금 7천만 원 기업이면 신(神)의 직장 바로 아래 수준. 9천만원 쯤 된다는 산업은행을 선두로 중소기업은행, 산은캐피탈, 한국수출입은행, 삼성전자가 8천만원 대, 그 다음 7천만원대 후반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유성기업은 그 언저리쯤이란 말인가. 6천만원 후반대라는 한국 가스공사, 삼성생명, 현대모비스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정말 그렇다면 앞의 기업들 면면을 보다시피 그런데서 무슨 파업을 하겠는가.

넷 째, 유성기업이 어떻게 자동차 부품의 70~80 %를 독점할 수 있었을까?

특별한 신기술 개발을 계속해 온 것은 아니다. 단순한 부품들을 생산해 왔다. 결국 단가를 낮춰 싸게 납품하니까 대기업들이 하청을 맡기고 납품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 낮은 단가는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과중한 노동에서 가능한 것임을 놓쳐선 안 된다.

이번에 노사 간에 쟁점이 된 교섭사항을 보면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고 집에 돌아가 쉬고 다음날 아침 8시에 출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 야간근무로 계속 이어가는 24시간 시스템을 해왔다는 이야기. 물론 공장에 일감이 많아서이고 많은 건 좋지만 그만큼 벌면 고용인원을 늘려 사람을 재워야 하지 않겠나.

경찰에 연행된 노조원 중에 임신 8개월의 임산부도 있었다. 다행히 조사과정까지 무사히 끝마쳤다고 한다. 회사고용 용역 경비원의 폭력-차로 들이받아 13명이 나뒹굴었는데 그것은 도로교통법 위반이어서 간단히 조사하고 풀어줬단다. 끌려간 노조원 500명은 어찌 될 건가, 이것이 경찰의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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