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정책 추진의사를 밝힌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4일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의 중지를 모아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장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이 사안을 두고 여러갈래로 갈린 여권 내부 이견을 조정해 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여부가 제도시행의 관건이다. 그동안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훨씬 상회해왔기 때문에 일단 여론의 반응은 우호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참교육 학부모회 등 시민단체들은 반값등록금 정책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며 여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심재철 의원을 포함한 친이 구주류 쪽이 반대하는 반면, 황우여 대표를 중심으로한 신주류와 개혁적 색채의 소장파들, 친박 진영은 제도 추진에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
당내부에서 찬반논란이 본격 점화될 태세지만 17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지난 4.27 재보선에서 경기도 분당을 마저 패배하는 충격을 경험한 상황이라 대다수 의원들이 분위기 반전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적대적 갈등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황우여, 이주영, 김성식 라인이 청와대와의 사전교감도 없이 반값등록금 문제를 전격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분위기에 근거한 것이란 분석이다.
야당은 이미 당론으로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이 당장이라도 당론을 만들면 야당과의 협상이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스탠스다. 청와대는 당이 청와대와 사전에 아무런 교감도 없이 정책을 주도하고 나온데 대해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황우여 대표가 청와대와 교감을 갖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당내부에서조차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 청와대는 정리된 입장이 없다"면서 "다만 정부가 등록금을 지원하면 대학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정책의 기조"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반값등록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일단 여당의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반값등록금 문제는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시행여부가 판가름날 공산이 커다. 그러나, 당지도부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우여 체제가 출범한 뒤 부자감세 철회에 이어 반값등록금까지 당 지도부의 좌편향 행보가 정책적인 차원 뿐아니라 국민지지를 끌어내는데 있어서도 그다지 효율적인 수단이 아니란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임지도부와 간담회에서 "너무 야당 주장을 따라 하기보다는 한나라당대로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며 좌클릭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집권 말기 당주도의 정책드라이브도 청와대로서는 달갑지 않은 변화이다.
이 때문에 반값등록금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말기 당청관계 재정립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