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은 소통이 필요한 세상의 축소판…英연극 ''키친'', 국내 초연

영국의 극작가 아놀드 웨스커의 작품 ''키친''이 국내 초연된다.


"셰익스피어에게 세계는 무대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주방이 세계이다"고 주장하는 아놀드 웨스커는 ''키친''에서 자신이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주방(키친)의 모습을 생생한 현장감과 살아있는 캐릭터로 묘사했다.

연극 ''키친''은 ''''티볼리''''라는 영국의 큰 레스토랑의 주방이 배경이다. 티볼리는 요리사, 웨이트리스, 재료 운반 포터까지 30명이 넘는 큰 곳이다. 영국인 외에 독일, 아일랜드, 키프로스,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적 출신의 요리사들이 동고동락하고 있다. 요리사들은 자신의 조리대에서 생선을 튀기고, 야채를 다듬고, 스테이크를 굽고, 빵과 디저트를 만드는 등 각자 맡은 일로 바쁜 일상을 보낸다.

이처럼 주방에 모인 요리사들은 출신 국가와 나이, 환경, 성별이 각기 다르다. 음식을 준비하고, 주문받고, 요리하고, 서빙하는 행위 속에서 생겨나는 사랑과 우정, 오해, 갈등, 화해 등 삶의 다채로운 감정이 그려진다.

아놀드 웨스커는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사회와 인간을 이야기하며 주방이 바로 사회의 축소판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1959년 영국에서 첫 공연된 후 전세계 무대에 꾸준히 오르고 있는 연극 ''키친''이 국내에서 공연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규모 주방 무대가 구현되야 하고, 30여명 출연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

이에 연출가 이병훈은 3일 오후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실제로 쓰이는 조리대와 접시 150장 등 식기를 무대 위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출연 배우들은 요리 학원과 호텔에서 실습을 하며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노력했다.

연극 ''키친''은 오는 20일~6월12일 국립극단 정기 공연으로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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