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라고 묻는 오토바이 운전사의 말에 그저 손만 휘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어서 들리는 ''컷'' 소리는 이 곳이 실제 사고 현장이 아닌 영화 촬영 현장임을 알려준다.
지난 22일 권상우, 정려원 주연의 영화 ''통증'' 촬영 현장이 공개됐다. 곽경택 감독이 연출을 맡은 ''통증''은 통증에 둔감한 남자 남순(권상우)과 통증에 민감한 여자 동현(정려원)의 로맨스를 다뤘다. 인기 만화가 강풀이 시나리오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이 날 공개된 장면은 통증에 둔감한 남순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것. 오토바이와 권상우의 동선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몇 번의 리허설 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권상우는 리허설과 촬영으로 몇 번이나 오토바이와 부딪히며 바닥에 나 뒹굴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순은 이번 작품에서 시작부터 흠씬 두들겨 맞는다. 촬영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곽경택 감독은 "상우가 ''일련의 사고들이 있어 관객들이 좋아해주지 않을까''라며 웃더라"고 일화를 전했다.
또 곽 감독은 "요즘 상우가 연기 물이 올랐다"며 "촬영 할 때 ''다 좋은데, 그건''까지만 말해도 ''네, 알겠어요. 감독님!''하면서 정확하게 그 지점을 고쳐서 연기한다"고 칭찬했다.
까까머리에 허름한 옷차림 그리고 절뚝거리는 권상우의 모습은 완벽한 남순, 그 자체였다. 지금껏 봐 왔던 권상우의 이미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만큼 남순에 몰입한 권상우의 연기 변신이 기대된다.
곽 감독은 "머리를 자를 땐 상우가 걱정을 했지만 남순 캐릭터와 아주 잘 어울려 본인도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절뚝거리던 모습은 연기가 아닌 실제"라며 "침까지 맞아가며 고생하는 상우한테 미안하지만 다리를 저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좋다. 이것만으로도 캐릭터가 충분히 살아서 맞는 장면을 몇 신을 뺏다"고 만족해 했다.
''OK'' 사인이 떨어지자 다음 촬영을 위해 스태프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동현이 남순의 옷을 사기 위해 옷 가게를 찾는 장면. 동현이 처음으로 남순을 자기 남자라 생각하고 선물을 고르는 장면으로 감정과 표정 연기가 관건이다. 이 때 정려원이 대본을 들고 곽 감독쪽으로 다가와 "감독님, 이 장면은 굳이 대사로 보여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서로 의견 조율 끝에 약간의 수정이 이뤄진 후 정려원은 "감독님은 대본에 굉장히 민감하다"면서도 "그렇게 꼼꼼하게 봐주시는 것이 좋다"고 현장을 즐겼다.
곽 감독은 "사실 정려원을 캐스팅 할 당시엔 걱정도 있었다"며 "하지만 첫 촬영부터 동현은 곧 려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 곽 감독은 "특히 려원이의 씩씩한 성격과 깡마른 몸매가 혈우병을 앓고 있는 동현과 딱이다"고 웃음을 보였다. ''통증''은 현재 막바지 촬영 중이며, 올 여름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