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홍콩에서 개봉된 세계 최초 3D 에로영화 <옥보단 3D>가 홍콩 최고 흥행작 <색,계>의 개봉 첫날 거둔 극장수익 120만 홍콩달러와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262만 홍콩달러를 훌쩍 뛰어넘으며 278만 홍콩달러(한화 약 3억8천만원)를 기록해 홍콩은 물론 중화권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특히 영국의 BBC가 20일 <옥보단 3D>의 개봉 5일간의 극장 수입이 1700만 홍콩달러(한화 약 23억 6천만원)에 달한다는 소식을 보도하면서 전세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때문에 영국과 유럽 등의 개봉 예정영화 검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옥보단 3D>는 홍콩의 대표적인 에로물로 1995년 국내에도 첫 개봉해 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옥보단 시리즈''를 나은 최고 흥행작이다. 옥보단(玉潽團)은 중국 고대 황색소설의 하나인 ''옥보단지 유정보감''(玉潽團之 愉情寶鑑 )을 영상화한 에로물로 순진한 처녀와 결혼, 아내에게 성교육을 시켜가며 정사를 즐기던 주인공이 욕심을 내 말의 양근을 이식한 뒤 색을 밝히는 두 자매 등을 전전하며 정력을 완전 소모하고 병이 든다는 줄거리로 홍콩 특유의 해학으로 재해석한 성인영화다.
이후 시리즈로 이어져 원전을 배경으로 색다른 줄거리들을 만들어내 영화와 비디오로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 고대 황색소설을 원전으로 한 성인영화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90년대 홍콩과 대만을 중심으로 중화권 영화와 음악 등 이른바 중류(中流)가 아시아권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성인영화들도 함께 성장했다. 옥보단을 필두로 대표적인 홍콩 에로물인 <금병매> <소녀경> <옥유단> <청루 12방> 등이 쏟아졌다. 값비싼 영화관 대신 저렴한 비디오 대여점이 확산되면서 인기에 한 몫 했다.
성인물이 그렇듯 홍콩 성인영화도 빼어난 영상미나 연출력 보다는 노출과 과도한 행위(?)에 촛점을 맞춘다. 적은 제작비로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정된 배우와 한정된 공간에서 주로 촬영된다. 하지만 고대를 배경으로 한 내용이나 중국 특유의 스케일이 규모면에서 앞도하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국내 성인영화들이 작품성이 뛰어난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가 중국식 오버연기와 시대극에 촛점을 두었다면, 최근에는 일본 성인물의 그림을 쫓아가고 있다.
3D 성인물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최근 영화 <아바타>를 통해 확산됐다. 영화속 남녀 주인공이 ''에이와 나무''(영혼의 나무)에서 사랑을 나누는 절제된(?) 모습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3D 성인물의 홍수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쏟아졌다. 이미 미국 포르노 업계에서는 3D 포르노가 제작되고 있다. 1979년 로마황제 티벨리우스 시대를 충격적으로 묘사한 ''칼리귤라''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일으킨 노장 감독 틴토 브라스가 "지금이 에로영화를 위해 3D 기술을 사용하기 적절한 시기"라며 세계 영화사상 첫 3D 포르노 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바 있다.
2D(평면) 시대가 3D(입체) 시대로 넘어가는 현재의 과도기에서 더욱 자극적인 영상을 표현할 수 있는 에로와 3D의 만남은 3D 시대를 보다 빠르게 견인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다만 막대한 3D 제작비용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이번 3D판 옥보단은 이런 점에서 성인물로서 평가야 어떻든 영화산업의 큰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영화 콘텐츠 강국인 미국보다 앞서 아시아에서 세계 최초의 3D 에로물을 만들었다는 점, 영화와 음악, 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아시아가 세계적인 성장세를 주도하고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문화시장의 확장성 한 켠에 성인영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