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멎은 ''펀치볼'' 평화를 품었다

분단의 상처 간직한 ''한반도의 배꼽'' 강원도 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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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어둠이 막 걷히고 회색빛 여명이 고개를 내밀 때쯤 도착한 서울 중구 청계천변 한국관광공사 앞은 벌써부터 출발을 기다리는 한 무리의 인파들로 북적였다.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을 비롯한 각국 외교대사들 그리고 한국관광 서포터즈 회원들이 오늘 일정의 동행들이었다.

방문 예정인 양구는 북한과 지척인 거리를 두고 경계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 금강산을 가장 빨리 다다를 수 있는 관문이다.

외국인들이 가장 체험해 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한국의 안보관광이라는 말을 들어선지 외교대사 일행들은 어린이들을 대동하고 나선 가족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하남~춘천을 잇는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개통 되면서 서울~양구간은 2시간 남짓이면 다다를 정도로 가까워 졌다. 몇 년 전 수인터널, 웅진 1·2터널이 뚫리고 직선화 되면서 길도 편해지고 시간도 훨씬 단축되었다.

길이 3200m인 수인터널은 강원도 춘천시와 양구군을 연결하는 터널로 현재 2차로 국도 구간에서는 가장 길다고 한다.

◈ 국토정중앙, 양구

국토의 배꼽이라고 불리는 양구, 그 중에서도 양구군 남면 도촌리 산 48번지는 국토의 정중앙 ''배꼽마을''이 있는 곳이다.

위성 측정 결과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4극 지점을 기준으로 한 중앙경선과 중앙위선의 교차점으로 밝혀진 배꼽마을. 이곳에는 국토의 정중앙을 기념하기 위해 ''휘모리''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군민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많은 사람들이 휘모리에 손을 얹고 국토 정중앙의 정기를 받아간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또 "저녁이 되어 해가 저물고 별이 빛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발길은 ''국토정중앙천문대''로 향한다"고 귀뜸했다.

국토의 정중앙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일정상 체험은 못했지만 우리나라 한가운데서 올려다보는 하늘, 쏟아질 듯이 많은 별들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여유있게 시간을 갖고 방문하면, 양구에서 잊지 못할 ''별 헤는 밤''의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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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암산, 포성이 멈춘 곳에서 발견된 생태계의 보고


모순되게도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보존 되어진 우리나라 생태자연환경의 보고가 이곳에 있다.

바로 강원도 양구군과 인제군의 대암산(해발 1304m) 정상에 펼쳐진 ''용늪''(해발 1280m)이 그곳이다. 용늪은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지명처럼이나 하늘과 맞닿아 있는 아름다운 고층 습원이다.

우리나라에 많지 않은 고층습원 중 하나인 대암산 용늪은 큰용늪과 작은용늪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전체면적은 1.06㎢에 이른다. 이 지역은 1966년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영양분이 없는 토양과 춥고 습기가 많은 까다로운 입지 조건에서만 생성되는 고층습원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지형으로 그 생태적,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보통 생물이 죽으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야 하는데, 용늪은 5개월 이상 영하에 머물러 기온이 낮고, 1년 중 170일 이상이 안개에 휩 쌓여 습도가 높아 생물들이 죽은 뒤에도 썩지 않고 그대로 쌓여있다.

이른바 이탄층이라 불리는 퇴적층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 이탄층은 1년에 1㎜정도가 쌓인다. 용늪의 이탄층은 평균 1m로 가장 깊은 곳은 1.8m가량 되는데, 측정 결과 그 역사가 무려 4000년에서 4500년에 달한다고 한다.

남한에서 처음 발견된 고층습원 용늪은 그곳에 살고 있는 여러 희귀 동·식물, 그리고 빼어난 자연경관 때문에 환경부가 생태경관 보전지역(1989년), 습지보호지역(1999년)으로 지정했고, 우리나라가 람사르협약에 가입하면서 제일 먼저 등록한 습지이기도 하다.

원시습지의 생태학적 가치가 커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돼 있다고 하니, 답사를 마친 일행들은 크나큰 보물을 보고 온 듯한 표정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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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치볼, 치열했던 격전의 역사가 담긴 곳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60년 전 우리민족끼리 총과 칼을 겨눈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펀치볼은 가장 치열했던 격전지로써 펀치볼 전투, 도솔산 전투, 가칠봉 전투 등 전사에 길이 남을 전투가 전개되었던 곳이다.

분지 주변으로 1000m가 넘는 고지들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지금도 이를 기념하기 위한 전적비가 여러개 세워져 있어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정식명칭은 ''해안분지''이지만 한국전쟁 당시 유엔 종군기자들이 화채그릇처럼 생긴 이곳을 보고 펀치볼(Punch bowl)이라 부른 이래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분지 안에서 올려다보면 높은 산에 둘러싸인 모습도 멋졌지만, 봉우리에 올라 내려다보니 안개가 펼쳐진 분지 안의 모습이 평화롭고 고요한 모습이 왠지 모를 긴장감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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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

군사분계선에서 1㎞ 남쪽아래에 자리한 을지전망대는 비로봉, 차일봉, 월출봉, 미륵봉, 일출봉 등 금강산의 다섯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 올 만큼 북한과 가깝다.

원래는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 출입하였으나 1998년부터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공개돼 양구통일관에서 출입신고서를 작성하면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1990년 3월 3일 발견된 ''제4땅굴''은 북한이 1960년대부터 새로운 침투 방법을 모색하게 되면서 만들어진 땅굴 중 하나다.

1978년 제3땅굴이 발견된지 12년만에 양구 동북방 26km지점 비무장지대 안에서 발견되었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는 불과 1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돌아오는 길, 어둠은 벌써 내려앉았고 빗물이 버스 유리창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을지전망대 모니터를 통해 보였던 북한병사의 모습이 익숙한 우리의 얼굴이면서도 낯선 괴리감으로 머리 위를 아른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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