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체면 고려 안 한 김황식 총리

김황식 총리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발언 내용을 공개했다.

14일 베이징 특파원과의 조찬 간담회에서였다.

김 총리는 전날 원자바오 총리와의 회담 내용을 설명하면서 ''''원 총리가 한중FTA에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 보였다''''면서 ''''협상을 우선 개시하고 관련 문제는 협상 과정에서 논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 총리 자신은 ''''협상개시부터 선언하지 말고 충분히 검토한 뒤에 협상을 개시하자''''고 답했다는 발언도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내 한중FTA를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 이미 오래됐지만 한중FTA는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가능한 빨리하기는 하되 농업부문 등의 민감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게 우리정부의 입장이다.

무게는 ''''신중검토'''' 쪽에 실려 있다.

중국쪽 FTA 담당 실무진들 사이에선 한중FTA를 놓고 말로만 빨리하자며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있는 한국정부에 대해 불만이 커지고 있는 걸로 전해진다.

한-미, 한-EU FTA 협상에서도 여전히 농업분야가 난제이긴 마찬가지였는데 유독 중국에 대해서만 그다지도 소극적인가 하는 서운함이다.

1년쯤 전부터는 중국의 한중FTA 협상 개시 요구가 더욱 강해졌다.

경제적 이유 외에도 지난해 천안함 사건 이후 소원해진 한중관계 복원을 위해 한중FTA를 일종의 모멘텀으로 삼으려는 게 중국정부의 속내란 분석이다.

내년 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이양을 앞두고 주변국과의 안정되고 우호적인 관계설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한미일 3국동맹 얘기가 나올 만큼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 경도돼있는 상황이 결코 중국에 유리하지 않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 총리는 전날 총리회담에서 한중FTA와 관련한 의제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협상 개시를 강한 톤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적, 경제적, 전략적 필요성이 절실한 만큼 대국으로서의 체면은 잠시 접어뒀던 것을 보인다.

그렇다면 김 총리 역시 FTA를 맺자고 한국에 매달리는 것 같은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을 공개할 것이 아니라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게 옳았을 듯 싶다.

미국, EU와는 이미 FTA협상을 타결해놓고 유독 중국과의 협상에는 소극적인 한국에 대해 중국은 이미 충분히 불쾌하고 자존심이 상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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