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원전신화…왜 한국만 ''안전'' 외치나"

[노컷피플]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 양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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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확산에 대한 일본 국민의 공포가 계속 커지고 있다. 수도 도쿄에서는 시민이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있으며 거리를 오가는 시민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원전 주변지역의 농산물은 사고 전에 출하된 것이라도 전혀 팔리지 않는다. 원전 냉각수를 바다로 방출했다는 소식에 수산물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생수 파동도 여전하다.

◈ 방사능 피해··· ''확인할 수 없어 대처 어렵고 공포감 극심''

이런 현상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에너지기후국장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방사능의 치명적인 위험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선은 소리도, 냄새도, 색깔도, 형태도, 맛도, 감촉도 없어서 ''방사능 계측기''라는 특별한 기구의 도움 없이는 인지할 수 없습니다. 방사선에 의한 피폭을 인지할 정도면 이미 때는 늦은 거죠. 이처럼 방사능 오염 여부를 개인이 전혀 알 수 없어 공포감이 극에 달하는 겁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5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분석 결과를 인용, "이번 사고가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으로 볼 때 ''대사고'' 수준인 레벨 6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역대 원전 사고 중 이보다 심각한 레벨 7은 체르노빌 한 차례뿐이다.

이미 후쿠시마 원전의 토양오염은 국지적으로 체르노빌 사고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위기 상황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작업원들의 방사선 피폭 등으로 복구작업은 연일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원자로 냉각기 복구는 전원이 연결돼도 ▲배선기기 점검 ▲전기공급 ▲조명 복구 ▲계측기구 주제어실 복구 ▲펌프 등 냉각장비 점검 ▲펌프 등 보수 교환 등의 긴 과정을 거쳐 냉각시스템 재가동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원전이 예상을 넘어서는 대규모 피해를 당해 복잡한 기계장치가 광범위하게 파손됐고, 이로 말미암아 기능 복구작업도 매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력 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면 수문을 닫으면 되고 화력발전소는 불을 끄면 됩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는 일단 문제가 생기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요. 아직 인류의 기술력이 핵분열을 완벽히 제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핵분열은 한 번에 중단될 수 없어요. 핵분열이 중단되지 않으면 온도가 수천 도까지 올라가서 핵연료봉이 녹아내리고 방사성물질을 내뿜으면서 폭발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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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연료보다 더 치명적인 ''사용후 핵연료''

양이 국장은 특히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대량으로 보관된 사용후 핵연료봉, 즉 폐연료봉의 존재가 가장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폐연료봉의 위험성이 사용 중인 핵연료봉보다 오히려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폐연료봉이 공용 수조에 별도로 보관돼 있다.

이곳엔 정확히 6375개의 폐연료봉이 보관돼 있는데, 제1 원전의 6개 원자로 안에 있는 폐연료봉 4500여 개의 1.4배에 달하는 많은 양이다.

하지만, 대지진과 쓰나미의 충격으로 공용 수조의 냉각장치는 물론 수온과 수위 측정 설비까지 부서져, 도쿄전력은 폐연료봉의 기본적인 상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0kg의 핵연료는 핵분열 후 100kg의 ''사용 후 핵연료''를 발생시킵니다. 이 중 4kg가량이 세슘, 요오드, 플루토늄 등 지구 상에는 없는 수십 종의 방사성물질로 새롭게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이것들이 핵붕괴를 계속하면서 엄청난 열과 함께 핵연료로 장전했을 때보다 수백만 배의 맹독성 방사선을 내뿜는다는 점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미 사용이 끝난 핵폐기물조차 수십 년간 냉각시스템을 돌려서 계속 식혀줘야 합니다."

핵무기의 연료이자 ''죽음의 재''로 불리는 플루토늄의 경우,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무려 2만4000년이다.

하지만, 핵발전을 시작한 지 50년에 이르는 지금 아직 어느 나라도, 어떤 과학기술로도 사용후 핵연료를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원자력 발전소 수조에 그냥 쌓아놓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오는 2016년쯤에는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 핵연료와 재처리 후 발생되는 폐기물)이 원자력 발전소 안에 가득 쌓여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원전정책 재검토 분위기 계속 확산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방사능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원전 정책에 대한 재검토 분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가 원전 정책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4일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확실히 원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크게 변하고 있다"며 "우리는 먼저 이번 원전 사고를 수습하고 나서 원점에서 원전 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26일(현지시각) 수도 베를린과 함부르크, 뮌헨, 쾰른 등지에서 25만 명이 참여한 독일 역사상 최대의 원전 반대 시위가 펼쳐졌다.

이에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의회연설에서 원자력으로부터의 단계적 탈출을 약속하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재생에너지 시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스위스와 영국 등 일부 유럽국들이 신규 원전 건설과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중국도 27기의 새 원전 건설을 잠정 중단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며 ''여전히 원전정책 재검토는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금으로선 원전 정책을 재검토할 시점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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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전까지 간 적 있어"

이에 대해 양이 국장은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부터 전혀 교훈을 찾지 못한 채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원전도 안전을 결코 장담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가압경수로형(PWR)은 일본의 비등수형(BWR)과는 달리 원자로와 증기발생기가 분리되어 있어 오히려 지진과 같은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가압경수로형의 증기발생기는 지름 3cm 정도에 길이 30cm의 가느다란 관들이 수천 개가 있는데 원자로에서 뜨거워진 150기압, 300도의 물을 견디는 과정에서 균열이 발생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울진 4호기에서 이 세관이 잘려나가면서 45톤의 냉각수가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전지 갔었지만, 당시 축소 보고된 적이 있다는 것이 양이 국장의 설명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일본과 달리 지진안전지대라는 것도 한국원전의 안전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규모 7.9의 내진 설계가 된 일본 원전이 9.0의 대지진에 당했어요. 그런데 우리 원전의 내진 설계는 규모 6.5에 불과합니다. 우리처럼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는 중국 당산도 지난 78년 규모 7.8의 지진으로 24만 명의 희생자를 냈어요. 또 경주 일대의 역사기록을 보면, 서기 34년부터 1643년까지 규모 6에서 7.2까지의 지진도 10번이나 발생했습니다. 특히 울진 원전 밑의 영해부터 경주 방폐장, 월성 원전, 고리 원전을 지나 부산 옆 양산까지 170km에 걸친 양산단층과 여기서 뻗어 나간 울산단층은 대규모 활성단층이어서 위험성이 더 큽니다."

◈ 만일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나면···. 우리는?

그는 핵산업계에 만연한 비밀주의와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지난 84년과 88년 월성 1호기 냉각수 누출로부터 시작된 크고 작은 사고에 대한 핵산업계의 대응을 보면, 초기에는 숨기려하다 더는 은폐가 힘들어지면 사고는 인정하되 방사성물질의 누출이나 사고의 심각성은 부정하거나 미미한 것으로 치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리 1호기와 같은 노후 원전들의 수명 연장에 근거로 쓰인 ''안전성 검증보고서''는 아직 공개조차 안 하고 있어요. 이전 사고의 원인과 피해가 공개돼 적절한 조처가 취해지고 시민에 의한 일상적 감시로 사회적 긴장감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원전의 안전은 어떠한 첨단기술로도 결코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일본발 ''방사능 공포''가 전 세계 식탁까지 위협하는 사태로 치달으면서 이제 원전 문제는 일개 개별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문제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명확해졌다.

실제로 정부 당국은 ''우리 원전은 안전하며,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도 편서풍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대규모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이원영 국장은 "이번 사고로 원전의 안전신화는 무너졌다"면서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핵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 핵산업계의 비밀주의 사례
▶1984년과 88년 월성 1호기 냉각수 누출사고, 88년 국정감사 때까지 은폐.

▶1995년 월성 1호기 방사성물질 누출사고, 1년 뒤 보도.

▶1996년 영광 2호기 냉각재 누출사고, 몇 주 후 주변 환경 오염으로 공개.

▶2002년 울진 4호기 증기발생기의 관 절단 때문인 냉각수 누출사고를 단순 누설사고로 축소 은폐.

▶2004년 영광 5호기 방사성물질 누출 감지하고도 재가동 강행 및 일주일간 방치.

▶2007년 대전 원자력연구소 핵물질 3kg이 들어 있는 우라늄 시료박스의 소각장 유출 사건 3개월 뒤 공개, 분실된 우라늄은 행방 묘연.

▶2003년 부안을 핵폐기장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후보부지 예비조사보고서'' 내용이 사실과 달라 안전성 보장 못 함.

▶2005년 경주를 핵폐기장으로 지정 후 2007년 7월 착공. 본 보고서와 예비조사 보고서 공개 거부하다 2009년 공개.

▶2007년 12월 고리 1호기 수명연장 허가로 재가동. 수명연장에 필요한 안전조사 보고서 일체 공개 거부.

▶아직 세계적으로 단 1기도 수명연장이 추진되지 않았던 캔두형 원자로인 월성 1호기도 수명연장을 위한 압력관 교체 작업 강행.

▶2010년 신규 원전 후보지 4곳 선정 용역보고서 공개 거부 (끝)

(자료제공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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