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거꾸로 일본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던 남녀 11명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혼란에 빠진 일본의 치안력이 약화되는 지금이 밀항의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양경찰에 붙잡힌 오 모(45.여) 씨는 과거 일본에서 술집에 불법취업해 일을 하다 단속에 걸려 추방됐고 이후 정식으로 일본에 입국할 길이 끊어졌다.
하지만 오 씨는 다시 일본에서의 취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일본말을 할 수 있는데다 엔화 강세 등으로 국내에서 일하는 것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 씨는 밀항 알선책 박 모(56) 씨에게 밀항 자금 7백만 원을 건넨 뒤 시기를 기다렸고, 박 씨로부터 날짜가 ''18일로 확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어 지난 18일 오후 오 씨는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밀항을 희망하는 다른 7명과 함께 알선책이 준비한 차량 두 대에 나눠타고 접선장소로 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고속선을 타기로 돼 있던 부산 사하구 장림동 해변 선착장에 닿기 직전에,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추적해온 해양경찰에 일망타진 됐다.
밀항 알선책들은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폭발 등으로 일본이 혼란한 지금을 밀항의 적기로 판단했다.
부산해양경찰서 황선권 외사계장은 "밀항 기도자들은 한 달 전부터 7백만 원에서 1천150만 원까지 밀항자금을 주고 기다려온 사람들"이라며, "각종 재난으로 일본의 관심과 치안수요가 일본 동북지방으로 대거 쏠린 지금이 밀항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박 씨 등 알선책 3명과 함께 발기부전치료제 시가 9천만 원어치를 몰래 숨겨 일본으로 밀항하려던 신 모(30) 씨를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오 씨 등 나머지 밀항기도자 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해경은 또, 일본에서 밀항을 총지휘한 재일교포 박 모(60) 씨 등 나머지 밀항 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해양경찰은 밀항이 늘어나는 봄철에다 일본이 혼란한 시기가 맞아떨어지면서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날 걸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일본이 재난상황에 대한 복구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건설현장 등에서 일용직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는 점도 앞으로 밀항이 늘어나는 요인이 될 걸로 보고 단속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