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회장님도 ''무릉외갓집'' 손자됐지요"

[노컷피플] 벤타코리아와 자매결연 계기로 친환경 먹거리 ''마을기업'' 탄생

시골 외갓집처럼 정성 들여 손수 지은 농산물을 매달 도시민들의 가정에 보내주는 마을 사람들이 있습니다. 청정지역 제주에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프로그램입니다. 제주도에 푸근한 외갓집을 가지고 싶은 분들께서는 이 프로그램에 한 번 동참해 보시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오늘 노컷피플 주인공은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 2리 사람들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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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소설가 조정래 씨의 경기도 분당 자택에 택배 한 상자가 배달됐다. 발송지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 무릉외갓집. 상자 안에는 편지와 함께 씨알이 굵고 윤이 나는 제주특산물 한라봉 5kg이 담겨 있다.

무릉외갓집에서 보낸 편지에는 ''이번에 보내드리는 상품은 제주가 자랑하는 한라봉입니다. 한라봉은 키울 때 아주 많은 정성을 요하지만, 정성 들인 만큼 맛으로 보답하니 수확의 기쁨 역시 큽니다. 다음 발송일은 4월 13일 예정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무릉외갓집은 무릉2리 주민이 직접 생산하거나 엄선한 제주 농수산물을 한 달에 한 번씩 뭍에 있는 가정에 배달해주는 일종의 마을기업이다.

소비자는 39만8000원의 연회비를 내고 1년 동안 싱싱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싸고 쉽게 살 수 있고,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도농 상생프로젝트다.

◈ "외갓집서 바리바리 싸 보낸 것처럼 가슴 뭉클"

조정래 씨가 무릉외갓집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부인 김초혜 시인은 무릉외갓집에서 제주특산물이 올라올 때마다 ''외갓집에서 선물이 올라온 것처럼 반갑다''고 말했다.

"서로 믿고 살아간다는 것이 참 중요한데 무릉외갓집에서 올라온 먹을거리는 무조건 믿을 수 있어 좋아요. 밀감이며 마늘, 된장, 간장, 땅콩, 미숫가루, 참기름에다 수산물세트까지··· 정말로 외갓집에서 바리바리 싸서 보낸 것처럼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정답고 푸근합니다."

2009년 12월 문을 연 무릉외갓집 회원은 그동안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늘어 현재 32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에는 조정래 씨 외에도 이석채 KT 회장과 어윤대 KB금융 회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가수 양희은 씨 등 유명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무릉외갓집이 인기를 끄는 것은 무엇보다 제주 농민이 천혜의 자연조건 속에서 직접 생산한 믿을 수 있는 특산물이기 때문이다.

170여 가구 560여 명의 주민이 사는 무릉2리는 제주 중산간지대(中山間地帶: 해발고도 200~300m)에 위치하면서도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 넓은 평야를 이루고 있다.

무릉외갓집의 텃밭은 제주의 따뜻한 햇볕과 좋은 황토, 맑고 깨끗한 지하 150미터 암반수를 이용해 경작한다. 토질은 비화산 점액질 토에 속해 암반수 마농(마늘)과 감귤, 양파, 미니 밤호박 등이 특히 유명하다.

실제로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개최된 ''전국 탑프루트 과실 품평회''에서 무릉 탑프루트 단지가 2년 연속 프로젝트 최우수단지로 선정됐다.

탑프루트란 농촌진흥청에서 전국 최고 품질의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는 사업이다.


보통 탑프루트 스티커가 붙은 과일을 사면 가장 맛있고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대정 암반수마농도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마치고 대만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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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혜의 자연환경과 순박한 농심이 빚어낸 최고의 특산물

넉넉한 인심과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무릉 2리의 자랑거리다. 무릉 2리는 대문이 없고 범죄가 없다. 이 때문에 지난 2007년에는 제주지방검찰청으로부터 ''범죄 없는 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한, 이곳은 제주올레 코스 가운데 11코스 시작점과 12코스와 14-1코스의 종점이 될 정도로 자연환경도 뛰어나다.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을 것처럼 드넓게 펼쳐진 들녘과 깨끗한 바람, 따사로운 햇볕, 정겨운 옛길, 대문 없는 가옥들, 그리고 인적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생태환경을 유지한 곶자왈(용암이 굳은 땅 위에 형성된 독특한 숲)까지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이 또 있을까 싶다.

무릉 2리 주민이 ''무릉외갓집''이라는 마을기업을 만들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기까지 (사)제주올레와 공기청정기 전문기업인 (주)벤타코리아의 도움이 컸다.

(사)제주올레는 무릉 2리와 (주)벤타코리아가 지난 2009년 3월 서로 자매결연을 하도록 ''중매''를 섰고, (주)벤타코리아는 ''무릉외갓집''이라는 마을기업을 기획했다.

특히 벤타코리아는 무려 10개월 동안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무릉외갓집'' 브랜드 기획부터 상품 구성, 온라인 쇼핑몰(www.murungdowon.net) 구축, 회원 모집 등 ''무릉외갓집'' 탄생의 전 과정을 지원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은 벤타코리아 김대현 사장은 최근 무릉 2리 주민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명예 제주도민증을 받기도 했다.

"공기청정기 사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공해 청정지역인 제주올레를 사랑하게 됐고 때 묻지 않은 무릉2리 주민과 인연도 맺게 됐습니다.

무릉외갓집 사업은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먹을거리뿐 아니라 시골집 어머니의 따뜻한 정까지 도시민에게 전달하는 소중한 작업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과 농촌, 도시가 서로 손을 맞잡고 전국으로 확대해야 할 사업이라고 봅니다.

특히 기업이나 지자체는 물론 도시민들이 무릉외갓집과 같은 마을기업을 통해 우리 농산물을 소중한 사람한테 선물하는 문화가 확산한다면 마을기업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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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기업 탄생으로 마을분위기도 ''활기''

15일 무릉외갓집 유통센터에서 만난 마을주민 김정희(51·여) 씨는 ''무릉외갓집이라는 마을 기업이 탄생하면서 마을 분위기도 활력이 넘친다''고 전했다.

"이웃들이 함께 모여 소비자들에게 보낼 농산물을 정하고 공동작업으로 이를 모으고 포장하면서 우리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전에는 웬만한 일로는 마을 회의 한 번 열기도 어려웠는데 무릉외갓집이 생기고 나서는 회의가 무산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만큼 단결이 잘 된다는 이야기죠. 당연히 우리 마을 농산물을 믿고 찾아주시는 소비자들을 위해 더 좋은 작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지고요."

현재 무릉외갓집은 마을 공동지분 51%와 60만 원씩 출자한 주민 26명의 지분 41%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더 늘어날 경우, 주민의 지분 참여 기회도 자연스럽게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무릉외갓집에서 제주특산물은 받을 때마다 마치 맑고 깨끗한 제주 바람을 맞는 것처럼 기분이 상쾌합니다. 땀 흘려 생산한 유기농·무공해 식품을 보내준 제주 농민들의 정성을 생각하면, 정말로 색깔과 향은 물론, 씨앗 하나 함부로 버릴 수가 없죠."

벌써 2년째 무보수로 무릉외갓집의 열혈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김초혜 시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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