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회항한 것은 건국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나사 풀린 전용기 관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비와 관리가 어땠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겠다.
▶ 먼저 사건 개요부터 전해 달라.
= 이명박 대통령의 아랍 에미리트 순방이 예정됐던 지난 12일 오전 8시 11분, 전용기로 쓰이는 대한항공 보잉747-400은 성남 서울공항을 힘차게 출발했다.
그런데 이륙 30분 만에 기체 아랫부분에서 ''드드득'' 하는 소음이 들려왔다.
조종사는 안전에 이상이 없을 것 같으니 그냥 가자고 했고, 경호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회항하자고 주장해서 이륙 후 1시간 40분 만인 오전 9시 50분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착륙 직전에는 안전을 위해 선회비행을 하며 항공유 상당부분을 공중에서 내다 버렸다.
정비를 받고 재급유를 한 뒤 전용기가 다시 출발한 것은 오전 11시 10분쯤이다.
국가원수를 태운 우리나라의 특별기 혹은 전용기가 정비문제로 회항한 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이다.
특히 대통령의 안위는 국가의 안위와도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결코 사소한 문제로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지난해 4월 10일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에서 폴란드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추락해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와 정부 고위관계자 등 무려 96명이 숨진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물론 당시 사고는 조종사의 과실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공기흡입구 부분이죠?
= 전용기의 아래쪽에는 공기흡입조절장치라는 게 있다.
고도에 따라 에어커버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역할을 하는 장치이다. 이 커버장치에 이상이 생겨서 소음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나사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아 덜거덕 소리가 난 것이다.
▶ 결국 정비문제가 원인이네요.
= 그렇다.
전용기 관리는 3개 기관이 얽혀 있다.
총괄책임이 있는 청와대 경호처와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공군, 정비책임이 있는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이 전용기의 정비와 운행을 평소 실질적으로 담당하기 때문에 1차적인 책임은 대한항공측에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한항공측은 아랍에미리트 출발 전날 1시간 정도의 점검비행과 예행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에어커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정비과정에서 육안으로만 확인을 했다면 살짝 풀려 있는 나사를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평소 매뉴얼대로 철저하게 정비를 실시했는 지는 향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나사 풀린 정비''로 대통령 전용기가 회항사건이 발생했다면 나라의 이미지, 즉 국격에도 커다란 손상이 아닐 수 없다.
▶ 전용기가 새 비행기는 아니죠?
= 보잉 747-400기종입니다. 2001년에 제작, 도입된 것이니까 신형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층 데크가 있기 때문에 구형임에도 불구하고 전용기로 선호됐을 것이란 게 항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항공기의 수명이 대략 25년이란 점에서 비행기가 낡아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 대한항공의 기체결함 문제가 이번만이 아니죠.
= 지난해 11월 마드리드발 보잉777기가 엔진 결함으로 14시간이 지난 뒤 출발한 적이 있고, 지난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륙하려던 보잉 777기의 연료가 누수돼 운항이 중단된 적도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부터 대한항공 엔진결함에 대해 개선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청와대는 이번 사태에 발끈하면서 어제 대책회의를 열었죠?
= 어제는 아랍에미리트 방문을 마치고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한 날이다.
청와대 경호처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전용기 회항사태와 관련해 어제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공군과 대한항공 고위 관계자들이 소집됐다.
긴급 대책회의에서는 고장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정확히 가리기 위해 전용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에 조사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비불량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한항공측에 원인조사를 맡길 경우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경호처는 최대한 객관적인 방법으로 고장 원인을 입증해 빠른 시일 안에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경호처는 또 앞으로 공군과 대한항공이 전용기를 교차로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 과거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교대로 특별기를 편성했었는데, 전용기 체제로 바뀌면서 정비사고가 발생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예요.
=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때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교대로 특별기를 투입하는 체제가 관행화됐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지난해 4월 대한항공과 5년 장기 임차계약을 맺으면서 전용기 체제로 바뀌었다.
특별기 운항 당시에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시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찬법 당시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특별기에 탑승해 직접 운항을 관리했다.
그러나 전용기 체제로 바뀌면서 항공사 CEO 동승 관행은 사실상 폐지됐다.
항공사 CEO동승이 정비나 운항 안전과 얼마나 상관관계가 있는 지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전용기 체제로 바뀐 지 1년도 안돼 정비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안전불감증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추측은 나오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대한항공과의 임차계약 중 관련 내용을 보완하고 과거 항공사 CEO 탑승관행을 부활시키는 등의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경호처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통령 전용기 안전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기로 했다.
▶ 전용기 회항 과정에서 짚어봐야 할 그밖의 문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 대통령 전용기에서 소음이 발생하고 회항이 결정되자 보잉747-400기는 정비 점검을 위해 민간공항인 인천공항으로 회항했다.
이 과정에서 항공유를 배출했다. 항공유를 배출하는 것은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기름을 꽉 채운 항공기가 이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상 착륙을 할 때는 기름 무게 때문에 당연히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착륙시 강한 충격에 의해 위험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공유를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차례 공항 인근 상공을 선회비행했다.
한 관계자는 북한 근처 상공에서 국가원수가 탄 비행기가 상당시간 선회비행을 한 것이 경호원칙에 과연 맞는 것인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에어포스원''도 마찬가지지만, 대통령 전용기는 국가안위 차원에서 가장 안전한 비행기여야 한다.
만의 하나의 실수도 용납돼선 안된다는 얘기다.
이번 정비사고를 통해 항공사와 공군, 경호처 등 각 부문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철저한 개선대책을 내놓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