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파문'' 휩싸인 상하이 영사관에 무슨 일이?

감찰 조사받은 모 영사 애정고백 담긴 ''친필서약서''도 써

의문의 중국 여성 덩○○(33)씨가 처음 불륜 파문이 불거진 법무부 소속 H(41) 전 상하이 영사 외에 다른 한국 외교관들과도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음을 의심할만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덩씨가 이들 외교관에게서 정보를 적극적으로 입수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돼 기밀이 어디로 새나갔는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상하이에서 근무한 외교관들은 덩씨를 상하이시의 고위층 인사로 알고 업무 협조를 위해 친분관계를 유지했다고 했으나 실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불륜 파문''이 발단 = 이번 정보유출 사건은 작년 말 H 전 영사와 덩씨의 불륜 파문이 불거지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덩씨의 남자관계와 행적을 수상하게 여긴 덩씨의 한국인 남편 J(37)씨가 덩씨의소지품을 살펴보다 H 전 영사를 비롯해 서너명의 한국 외교관들과 찍은 덩씨의 사진및 유출 정보가 담긴 컴퓨터 파일을 발견해 법무부 등에 제보한 것이다.

2009년 8월 비자 영사로 상하이로 파견된 H 전 영사는 작년 5월께 덩씨를 만나 내연관계로 발전했는데, 교민사회에 소문이 나면서 문제가 생기자 작년 11월 조기 소환됐다가 올해 초 법무부 감찰을 받던 중 사직했다.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H 전 영사는 감찰 과정에서 규정을 어기고 덩씨에게 비자를 이중발급 사실이 드러났으나 덩씨와의 관계를 숨기려다 사진 때문에 탄로나자 사표를 냈다.

덩씨는 외국인 배우자에게 주어지는 F-2 비자가 있음에도 작년 9월 H 전 영사를통해 1년간 유효한 관광비자(C-3)를 추가로 발급받았는데, 이는 이혼 후나 당장 남편의 도움 없이도 국내 체류자격을 유지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법무부가 비자 이중발급 사실과 정보유출 정황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영사들과도 의심스러운 관계 = 덩씨가 H 전 영사 외에 최소 2~3명의 한국 외교관과도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덩씨가 정보수집 차원에서 먼저 접근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덩씨와 관련된 문제로 작년 11월 H 전 영사와 함께 조기 귀국해 감찰 조사를 받은 K(42) 전 영사는 덩씨에게 애정 고백이 담긴 `친필 서약서''까지 써준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서약서에는 "…덩00씨를 다시는 괴롭히지 않고 이상한 메시지와 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은 저와 상관없습니다.그리고 제 사랑은 진심이고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K 전 영사는 이에 대해 "직접 작성한 것은 맞지만 덩씨의 협박에 못 이겨 불러주는 대로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덩씨와 아주 가까이 지낸 것으로 알려진 P(48) 전 영사도 음식점이나 자동차 안, 실내, 관광지 등에서 덩씨와 얼굴을 맞대거나 껴안다시피한 사진들을 여러 장 찍어 외교관으로서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P 전 영사는 "외교 업무상 도움을 받고자 친분을 유지했을 뿐"이라며 "교민 중 내용을 잘 모른 채 마치 `썸씽''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덩씨가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와 찍은 사진들도 있다.

김 전 총영사는 이에 대해 "덩씨는 상하이 당서기나 시장과 친분이 있는 고위층인사로 알고 있고 한국 공관의 업무에도 많은 도움을 줬지만, 인사 정도 하는 사이일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사진은 공식 행사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촬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막강한 영향력…정체 몰라" = 덩씨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지만 정확한 실체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덩씨는 상하이 당서기나 시장 등과 스스럼없이 대화할 만큼 중국 고위층 인사들과의 친분을 유지했고 한국 영사관의 어려운 업무상 민원들도 해결해 줬다는 게 전·현직 상하이 외교관들의 설명이다.

덩씨는 현지에서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교민들 사이에서는 중국 고위지도자의 손녀라는 소문까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인 S사는 현지 사업이 잘 진행되도록 덩씨와 고문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으며, 그녀의 도움을 받은 국내 기업은 더 있는 것으로전해졌다.

2009년까지 상하이 총영사관에 근무하며 덩씨와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진 K(43) 전 영사는 "교민들에게서 소개를 받아 알고 지냈지만 덩씨의 실체는 지금도 모른다. 여러 얘기가 있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상하이의 한 교민은 "지난 일이지만 총영사관에 근무하던 몇 분이 덩씨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얘기는 들었다. 덩씨의 정체는 누구도 분명히 아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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