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대통령 축출은 `위키리크스의 첫 혁명`"

그것은 `위키리크스 혁명`의 시작이다.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을 축출한 튀니지 시위 사태에 대해 미 외교 전문잡지 포린 폴리시는 "첫 번째 위키리크스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독재정권의 부패상을 폭로하고 시위를 선동하며, 끝내 독재정권을 축출하기까지, 튀니지 민주화 과정에 `인터넷 자유화 운동(Internet Freedom)`이 빛을 발했다. 그 뒤에는 위키리크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위키리크스 혁명`이라는 평가가 다소 과장일지는 몰라도, 미국 지원으로 독재 체제를 장기화 하고 있는 아랍 등 독재국가들에 `위키리크스`가 새로운 치명적 위협으로 부상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지난해 11월28일 이번 사태를 주도한 시위대들의 블로그 `Nawaat.org`는 위키리크스를 본뜬 사이트 `튀니리크스`를 만들었다.

위키리크스가 25만여 건의 미 정부 외교전문을 폭로하고 서방언론들이 앞다퉈 이를 보도하자, 시위대들은 이중 벤 알리 대통령 및 일가들과 관련된 내용이 담긴 튀니지 주재 미 대사관의 외교전문에 주목했다.

튀니리크스를 통해 대통령 일가의 호화로운 생활, 부패상과 함께 미국조차 이들의 실정을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일파만파 퍼져갔다. 튀니지 정부가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등 확산을 막기에 총력을 다했지만, 다른 사이트들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퍼져갔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알려진 미 외교전문 중에는 지난 2008년 6월 튀니지 주재 미 대사관이 미 본국에 보고한 `네 것은 곧 내 것''이라는 제목의 전문도 있었다.

이 전문은 "벤 알리 대통령 일가는 돈, 서비스, 토지, 자산, 당신의 요트까지 탐내며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벤 알리 대통령의 조카 두 명이 2006년 한 프랑스 기업인으로부터 요트를 빼앗은 사실도 거론했다.

이어 "튀니지 국민은 하급 관리들도 20디나르에서 40~50 디나르(약 28달러)까지 올려 급행료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보다 최고위층의 부패는 우려할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전문은 "하급 관리들 사이에 뇌물 수수가 만연해 있긴 하나 대통령 일가의 과도한 재산 축적과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부패 의혹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로 고통을 받고 있는 튀니지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외교전문은, 지난 2009년 7월 작성된 대통령의 사위 모하메드 사헤르 엘-마테리의 호화로운 저녁 만찬에 초대를 받은 로버트 고덱 튀니지 주재 대사의 보고내용도 있었다.

집에 온갖 고대 유물과 최고급 음식은 물론이고, 애완용 호랑이까지 키우고 있는 것을 본 고덱 대사는 마치 바그다드에서 사자를 키웠던 사담 후세인의 아들 우다이 후세인을 연상했다.

고덱 대사는 이에 대해 "튀니지 국민이 벤 알리 대통령 일가를 좋아하지 않고 일부는 증오하기까지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미국 외교전문이 벤 알리 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테러와의 전쟁'' 협력자, 장기간 체제 안정을 이끄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내리는 모습도 위키리크스와 튀니리크스에 드러났다.

`튀니리크스`가 폭로와 시위를 주도하자, 위키리크스는 트위터를 통해 시위를 격려, 독재정권 종식이라는 귀중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자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이 (튀니지 민주화 운동을) ''보편적 권리를 향한 대담하고 결정적인 투쟁`이라고 평가함으로써, 그동안 미 행정부를 위협해온 (위키리크스의) 딜레마가 다시 부각됐다"라고 지적했다.

정의를 세우고, 민주주의의 전진이 기여하는 `인터넷의 자유화운동`을 찬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위키리크스와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를 처벌하기 위해 조사를 강화하는 모습에서 미국의 고민이 읽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데일리/노컷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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