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검찰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직접 소환까지도 검토하면서 관련 임원들에 대한 출두 압박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해외출장중인 이건희 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고 검찰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이학수 부회장도 이회장과 함께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이실직고 검토"
이와관련 삼성쪽에서 중요한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즉 삼성이 노무현 대통령쪽에 제공한 불법 대선 자금에 대해 이실직고를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삼성이 한나라당에 372억원의 자금을 줬으면서 노무현후보에게는 한 푼도 안줬다는 ''372억 대 0''이라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게 삼성쪽 반응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측은 "계속 불지 않고 있으면 기업 이미지만 나빠지고 검찰에서 삼성관계자를 사법처리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려해 자진해서 밝히는 것이 낫다"는 논리가 그룹내에서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검찰측은 그동안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372억원대 삼성 대선자금을 밝히는 과정에서 삼성측의 도움이 없어 채권시장을 이 잡듯이 뒤지는 등 수사 관계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특히 삼성측은 노무현 대통령 관련 부분은 ''무덤에까지 가져가겠다''는 입장인 듯 전혀 냄새조차 피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 갈 경우 삼성 그룹 전체 기업 이미지는 물론 시민단체들 마저 3월 주총에서 본격 문제 삼을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고민이 있다.
"이건희 회장 소환은 피하고 싶은 심정"
더군다나 이건희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최악의 장면만은 피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그룹내 분위기다.
지금까지 이학수부회장이 귀국을 섣불리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안섰기 때문이지만 금명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이와관련 대검중수부는 17일 삼성 구조조정본부 김인주 사장과 이학수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이건희 회장을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도 "이건희 회장에 대한 조사는 김인주 사장과 이학수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먼저 한 뒤 결정할 문제"라며 "필요하다면 이 회장을 부르겠지만 이번 수사는 재벌 수사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출두 예정이던 김인주 사장이 "며칠만 더 시간을 달라"며 변호인을 통해 소환 연기를 요청, 소환일을 1∼2일 늦추기로 했다.
검찰은 그러나 김 사장이 계속 소환에 불응할 경우 강제구인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삼성 임원들에 대해서 조사해 본뒤 이 회장이 일단 불법 대선자금 전달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거나 이학수 부회장 등으로부터 사전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 소환 조사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
"단일기업 제공 금액으로는 최고, 명확한 책임 물어야"
삼성그룹이 지난 17대 대선당시 한나라당에 전달한 뭉칫돈 규모는 단일기업으로는 밝혀진 것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미 지난 88년 3월~92년 8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전자를 통해 조성한 75억원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공여한 책임과 관련 한차례 사법처리를 받은 바 있다.
투명 윤리경영을 강조해온 이건희 회장이 막대한 정치자금을 또다시 정치권에 제공하는데 직접 관여했다면 이것은 앞으로 정경유착의 검은 관행에 대한 실질적 경고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엄정한 처리가 필요하다.
정경유착의 뿌리깊은 관행과 악습을 깨기위해 한번쯤은 다시 흘려야할 출혈과 진통이 불가피하다.
이회장은 1989년 취임 후부터 기회있을 때마다 ''부정은 암이고 그것이 있으면 회사는 반드시 망한다'' 라고 강조해 왔다.
도덕성이 결여된 기업에서 좋은 물건이 나올 수도 없고 나와도 반갑지 않다는게 이회장의 신념이었다. 이같은 도덕불감증 치료를 위해 인간미, 도덕성, 예의범절, 에티켓이라는 ''삼성헌법''까지 마련하기도 했지만 이번 불법 대선자금 공개로 큰 타격을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제 삼성이 선택할 시간은 얼마 남아 있지 않아 보인다.
CBS노컷뉴스 민경중기자 min88@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