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로 ''해적''을 뜻하는 ''필리부스테로(filibustero)''에 어원을 두고 있다. 한마디로 법안을 처리해야 할 시간을 ''훔쳐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한때 필리버스터 제도를 도입했었다.
지난 1964년 김대중 당시 신민당 의원이 동료 의원인 김준연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5시간 동안 연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10월 유신이 발표되고 유정회가 들어선 이후인 1973년 국회법 개정과정에서 필리버스터 제도는 폐지되고 말았다.
최근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 필리버스터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연말만 되면 국회가 ''격투기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원들의 고육책이다.
그런데 필리버스터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의회에서는 요즘 정반대로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필리버스터가 시도 때도 없이 남용되는 바람에 중요한 법안이 없었던 것이 되기도 하고 알맹이 빠진 ''쭉정이'' 법안이 되기도 한다는 불만이 민주당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일례로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경기부양법(Recovery And Reinvestment Act)은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로 지원규모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건강보험 개혁법도 공공보험(public option) 부분이 빠졌다.
지난해 미 상원에서 있었던 필리버스터 건수는 지난 1950년대와 1960년대를 합쳐 있었던 것보다 더 많고, 오바마 행정부 2년 동안 필리버스터를 저지하기 위한 ''토론종결(cloture)'' 회부도 84차례에 이른다.
다수에 대한 소수의 견제장치로 시작된 필리버스터가 이제는 소수의 횡포가 돼버렸다며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오는 5일 112대 의회 개원 첫날을 필리버스터 제도를 손보기 위한 ''D데이''로 잡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필리버스터 논란이 입법과정의 절차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라면 미국의 필리버스터 논란은 내용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똑같은 논란이지만 양국 정치의 수준차이는 태평양만큼이나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