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연못 주위를 거닐다 보면 이웃나라 중국, 일본과는 다른 조선조 궁궐만의 독특한 특징이 나타난다. 바로 네모 형태로 반듯반듯한 연못은 유독 조선 궁궐에서만 유별나기 때문이다.
왜 조선 왕조 궁궐은 연못을 곡선의 유려한 모습으로 하지 않고 직선의 네모형태 연못을 만들었을까?
그런데 바로 이 ''사각형'' 연못에 조선조 건국이념인 성리학이 반영됐다는 학계의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강기래 박사(경북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가 발표한 ''창덕궁 지당의 변화과정 연구''에 의하면 조선 왕조 궁궐의 연못에는 조선 왕조의 건국이념이 담겨 있다.
강 박사는 "조선 시대의 왕들은 사상적 배경인 성리학을 건국이념으로 삼았는데, 조선의 성리학이 각 분야 영향을 미치면서 조선 궁궐 특유의 방형 지당을 형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즉 조선 궁궐 조경의 중요한 부분인 지당에 성리학의 우주관인 천원지방설이 들어있다는 해석이다. 천원지방설이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설로 성리학의 우주관이다.
이러한 방형의 지당은 중국, 일본의 궁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 궁궐만의 독특한 조경적 특성이라는 주장이다.
즉 조선이 중국의 궁궐 조경술을 배웠지만, 궁궐 조경에서도 조선 왕조는 주체적인 정신으로 이를 승화했다는 주장이다.
강 박사는 "조선시대 연못에 대한 학적 고찰을 통해 멸실되고 훼손된 조선조 궁궐의 조경을 복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국경과 문화가 모호해지는 시점에서 우리 조선 왕조의 조경문화 유산을 복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 박사가 진행 중인 조선 궁궐에 대한 최신 연구는 관련 학회지에 오는 2월쯤에 새롭게 실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