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정예, 허위진술로 전직 총리 기소

"한명숙, 불법 정치자급 받은 적 없다" 진술 나와…검찰 수사 도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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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는 법정진술이 나오면서 검찰의 허술한 수사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H건설사 대표 한모씨는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정치자금도 준 적이 없다"며 "한 전 총리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한씨로부터 3차례에 걸쳐 현금 4억8000만원과 미화 32만7500만달러, 1억원권 자기앞수표 1장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월 불구속기소됐다.

그러나 한씨는 이날 공판을 통해 "검찰 조사에서 수십번 정치자금을 줬다고 진술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수사 초기 제보자 남모씨가 찾아와 협조하지 않으면 또다른 위험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겁박해 허위진술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이어 ''수사 때와 왜 진술이 다르냐''는 검찰의 물음에는 "애초 진술 자체가 허위"라며 "더 이상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또 ''실황조사(현장검증) 당시 돈 전달장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냐''고 검찰이 따지자 "고양시에 오래 살아 과거 경험으로 스토리를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검찰은 기소 당시 한 전 총리가 지난 2007년 3월 31일부터 4월초 자신의 아파트 부근에서 한씨와 만나 승용차에서 현금 1억5000만원과 1억원권 수표 1장, 미화 5만달러 등이 든 여행용 가방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같은해 4월 30일부터 5월초 사이에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현금 1억3000만원과 미화 17만4000달러, 8월 29일부터 9월초 사이에도 같은 장소에서 현금 2억원과 미화 10만3500달러를 받았다고 공소사실을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하지만 한씨는 "수감생활을 하다 보니 둘러댈 게 없어서 한번은 (내가 잘 아는) 길에서 줬다고 했고 나머지 한번은 그냥 집에서 전달했다고 허위진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도 지난 6일 1차 공판 때 "저를 마치 마약밀수범처럼 길거리에서 몰래 돈을 받은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검찰의 무리한 보복수사, 표적수사"라고 성토했다.

결국 한씨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대한민국 최정예 검사들이 모였다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중소건설업자인 한씨의 허위진술을 토대로 전직 국무총리를 기소한 셈이 됐다.

이처럼 돈을 줬다는 핵심 증인의 진술이 뒤집어지면서 이번 재판도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1심 재판과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지난 4월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뇌물을 제공했다는 "대한통운 곽영욱 전 사장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점을 무죄 선고의 근거로 제시했다.

당초 10만달러를 줬다고 진술했다가 구속된 뒤 3만달러로 바꾸고 다시 5만달러 변경했을 뿐 아니라 한 전 총리의 손에 직접 쥐어주었다는 진술도 공판에서는 "돈을 의자 위에 놓고 나왔다"고 바꿨다는 것이다.

핵심증인의 오락가락 진술을 문제삼았던 것인데 이번에는 한씨가 아예 "어떤 정치자금도 준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을 번복함으로써 검찰에 결정타를 가한 셈이 됐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한씨의 진술 뿐 아니라 당시 돈을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있기 때문에 기소한 것"이라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으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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