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바로 세우기''를 다짐하는 국회의원 일동 23명은 이날 ''자성과 결의''라는 성명을 통해 "2011년도 예산안 등의 강행 처리에 동참함으로써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폭력에 얼룩지게 만든 책임이 우리 자신에 있음을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는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 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말씀드리며 ''이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또 "우리는 독립성을 갖는 헌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국민의 입장에서 심의.의결하지 못했고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법안 처리에 있어서도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은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추후 국회 바로 세우기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의 과제도 적극 추진해나가겠다"며 "이러한 자성과 결의에 많은 여야 의원들이 함께해 주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전했다.
이들 일동은 당장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당과 청와대가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더라도 동참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한미FTA 소관 상임위원장인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이날 성명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23명이 의원직을 걸고 서명을 한 것"이라며 "한나라당 의원 23명이 빠지면 본회의 의결정족수가 안되고, 18대는 앞으로 몸싸움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외통위 위원인 홍정욱 의원도 "FTA에 대해 개인적인 소견일지 모르지만 어떤 국익이든 국격이든 더 이상은 난장판 국회, 거수기 정치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분의 생각"이라며 "물리력을 동원한 직권상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황영철 의원은 "이 정도 숫자가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지도부에게는 앞으로 상당한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우선 의사에 동참할 것으로 생각되는 의원들에게 연락해 동의를 받았고 더 많은 의원들의 참여를 기다릴 것"이라고 전했다.
한 참석 의원은 "이제부터 강행 처리와 관련해서는 당의 의견을 안 듣겠다는 것"이라며 "오늘부로 적어도 내후년 총선까지 국회에서 대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번 성명에는 개혁 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뿐만 아니라 4선의 황우여, 남경필 의원을 비롯해 3선의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과 권영세 정보위원장, 이한구 의원, 재선의 진영, 신상진, 임해규 의원 등이 동참했다.
황우여 의원을 포함한 다수는 중립 성향으로 꼽히며, 정병국, 임해규, 정태근 의원 등은 친이계로, 구상찬, 김선동, 현기환 의원 등은 친박계로 각각 분류된다.
이 가운데는 수도권 의원이 16명으로, 예산안 파동 이후 더욱 불거지고 있는 여권 내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강행 처리 이후 예산 파동이 계속되는 동안 삼삼오오 다양한 갈래로 만나며 논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성명 초안에는 29명의 의원이 참여하기로 했었지만 ''19대 총선 불출마''라는 선언이 지역구에서 의미가 왜곡될 수 있어 부담이 된 의원 7명은 빠지고 1명이 새로 동참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들 일동은 이날 성명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직권 상정 폐지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다음은 ''국회 바로 세우기''를 다짐하는 국회의원 일동 명단
황우여 남경필 이한구 권영세 정병국 신상진 임해규 진 영 구상찬 권영진 김선동 김성식 김성태 김세연 김장수 배영식 성윤환 윤석용 정태근 주광덕 현기환 홍정욱 황영철 (이상 2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