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격대표 김윤미 선수가 지난 14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두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김 선수가 유력한 금메달 후보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의외의 희소식이었고 특히 임신7개월의 몸으로 선전을 펼쳤다는 점에 큰 감동을 주었다.
김 선수는 뱃속의 아기 오복이와 함께 금메달을 따 너무 기쁘다고 벅찬 감정을 보여주었고 많은 팬들이 김 선수의 미니홈피를 찾아 만삭 투혼에 박수를 드린다며 격려의 글을 남겼다.
김 선수의 아버지 김덕홍 씨는 김 선수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그동안 피나는 훈련을 해왔던 것이 결실을 맺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태아의 태명이 오복이라고 하던데, 아기에 대한 염원이 좋은 성적의 배경이 됐을 수도 있겠다.
=김 선수는 이번이 국제대회 첫 우승이다. 선수생활을 시작한 지 10년 만인 2007년에야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된 김윤미는 이전까지 국제대회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공기권총에 출전했지만 본선 21위에 그쳤다. 그동안 꾸준한 성적을 보였지만 유독 대회에 나가면 너무 긴장해서인지 제 실력을 내지 못했다고 아버지 김덕홍 씨는 말했다.
김윤미 선수는 "경기 내내 속으로 ''엄마한테 기운을 보내줘''라고 계속 말했다. 혹시라도 아이 때문에 팀에 누를 끼칠 까봐 걱정했는데 둘이서 같이 금메달을 따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김 선수의 남편인 진윤철 씨는 "김 선수가 임신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 꼭 출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면서 "다섯가지 복이 들어오라고 오복이라는 태명을 지었는데 정말 큰 복이 들어온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나?
=이번 경기 직후 중국 인터넷에서는 김윤미 선수의 만삭 투혼이 큰 화제가 됐다.
중국은 사격 최강국으로 꼽히고 있고 특히 10m 공기권총 종목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녀가 동반 우승했던 초강세종목이었는데 14일 경기에서 금메달 네 개를 모두 한국에 빼앗겼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여자 2관왕이 임신 8개월이라는 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남방 도시보 등 광저우 지역 언론이 김 선수의 사진과 함께 화제 기사로 다루면서 한국 선수단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CCTV도 경기 장면 생방송에서 김 선수의 만삭이 된 배에 카메라 렌즈를 맞춰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선수 자격에 임산부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규정은 없나?
=선수자격에 임산부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특히 사격의 경우 주로 상체를 사용하는 운동이므로 임신이 큰 지장을 주지 않고 또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명상 등의 훈련을 많이 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지난 2007년 봉황기 전국사격대회에서 임신 6개월과 8개월의 예비엄마가 출전하기도 했다.
다만 소음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고 지나친 긴장이 태아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꾸준히 이 운동을 해오지 않은 일반인들이 태교로 하기에는 적합하지는 않다는 지적이 있다.
김 선수 자신도 이번에 반동과 소음이 적은 공기소총 10m에만 출전했다.
▶과거 올림픽에서도 임산부가 출전해 우승까지 한 사례가 있었나?
=임산부로 출전한 사례는 예상보다 많았다. 1920년 엔트워프 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 출전한 스웨덴의 매그다 줄린은 임신 3개월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는 독일의 디아네 자토르가 임신 9주째인 상태에서 평균 시속 130㎞를 웃도는 스켈레톤 종목에 나가 0.28초 차로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가장 최근에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캐나다 컬링 대표로 참가한 크리스티 무어가 임신 5개월의 몸으로 출전해 주목을 받았다.
또 쿠바의 미녀 배구스타 루이스는 1986년 임신 6개월 상태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했었고 벨기에의 테니스 스타 킴 클리스터스 임신 6개월째 룩셈부르크 오픈 출전했다.
2008년 세계 비치발리볼 두바이경기에서는 미국의 케리 월시가 임신 8주차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김윤미 선수처럼 임신 7개월 이상으로 출전해 메달리스트가 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우리의 금메달 18개 가운데 사격에서만 8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에 우리 사격이 놀랄 정도의 성적을 보이고 있는데 이렇게 좋은 성적이 나온 배경이 궁금하다.
=사격은 이번 아시안 게임 최대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당초 목표는 금메달 3-5개였는데 15일까지 8개의 금메달을 휩쓸어 우리 선수단의 종합순위 2위 수성에 최대 효자종목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좋은 성적을 보인 배경으로 사격연맹은 세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평소 꾸준한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한체육회와 한화그룹에서 상당한 지원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사격연맹 홍보담당 이민규 씨는 이번 아시안 게임 준비과정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이나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와 달리 전자표적 훈련 많았다는 점을 숨은 원인으로 꼽는다.
국제대회는 전자표적으로 진행되는데 과거 훈련 과정에서 종이표적으로 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제 기록만 내면 메달권인데도 막상 대회에서 전자표적에 대한 적응을 하지 못해 성적이 나오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창원에 전자표적 사격장을 만들었고 이번에는 6차례의 선발전 가운데 5차례를 전자표적으로 치렀다.
전자표적은 스위스 제품으로 대당 천5백만원에 이르는 고가인데다 소모품 비용이 비싸고 운영 인력과 경비면에서 상당한 비용이 소요돼 그동안 제대로 활용을 못했는데 이번에는 회장사인 한화그룹이 많은 투자 덕에 전자표적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요소로는 대표단 내의 경쟁을 유도한 것이었다. 사격 대표단을 43명 파견했는데 그동안 대표팀 운영은 55명 내외로 구성했다. 대표팀 내에서 계속 경쟁을 하도록 한 것이 성적 향상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격연맹의 자체 포상금 등을 통해 선수들의 사기를 높인 것, 그리고 초반부터 금메달을 따내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높아진 것이 좋은 성적의 비결이라고 사격연맹은 분석했다.
이번 아시안 게임 포상금의 경우 한화그룹에서 출연한 연맹 자체 보상금으로 금메달은 천만원 은메달 2백만원, 동메달 1백만원을 내걸었다.
▶15일 남자축구 16강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우리로서는 통쾌한 승리를 거뒀는데 중국이 충격 큰가?
=중국의 축구팬들은 이날 경기에 큰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경기가 3:0으로 일방적으로 끌려가자 관중들은 "자여우(加油)"라는 응원구호보다 "해산"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팬들 뿐 아니라 기자들까지 대놓고 대표팀에 분노를 표출했다.
쑨웨이 중국 감독이 들어서자 기자들은 "언제까지 감독을 할 것이로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다른 기자는 "우리 팬들이 경기 도중에 ''해산! 해산!''하고 대표팀을 비난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을 때 다른 기자들은 속 시원한 질문을 했다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쑨웨이 감독의 답변은 기자들의 비아냥에 묻혀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쑨웨이 감독은 "한국을 따라잡으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인정한다"면서 "다만 실력차이는 분명하지만 오늘 점수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유명한 축구해설가인 황젠샹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중국 축구가 한국에 이길 수 있다면 이는 메달 50개 만큼이나 값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