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따라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의 치열했던 인수전도 이날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양측은 막판까지 인수가격을 얼마나 써내야 할 지 눈치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르면 16일 결정되는 우선협상대상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후폭풍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 ''얼마를 써내느냐'' 그것이 문제
현대그룹의 치열했던 광고전. 자금력을 앞세우며 무대응으로 일관했지만 물밑 로비전을 만만치 않게 치룬 현대차그룹.
지난 9월 말 현대건설 매각 공고 이후 점화됐던 현대차-현대그룹 간 싸움이 마지막장에 이르렀다.
그간 인수 요건을 두고 적통성과 자금력이 시소 타기 게임을 했지만, 정작 결정권을 쥔 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금융업계 대부분에서는 "매각 과정에서 자금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며 막대한 현금자산을 보유한 현대차가 인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로 인수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그룹은 3개 계열사의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치면 10조 원 넘게 손에 쥐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 가격은 3조 5천억 원에서 4조 원 정도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현대그룹의 자금력은 상대적으로 열세다. 올초부터 현대건설 인수를 염두에 두고 1조 5천억 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오긴 했지만 여력이 충분치 않다.
하지만 최근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유상증자 및 회사채 발행, 자회사 부산신항만 지분 매각 등을 통해 2조 원 가량을 확보해 총 3조 원 가량을 마련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키로 했던 독일 M+W그룹이 11일 인수 불참의사를 선언하며 현대그룹 자금력에 적신호가 들어왔었지만 이내 동양종합금융증권이 7천억 원 규모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우려가 불식됐다.
이제 문제는 인수가격을 얼마나 써낼 것인가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무리하지 말고 적정가격을 써내자는 의견과 인수의지를 확고히 한만큼 자금력에 맞게 넉넉히 써내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장 내년 초 브라질과 중국 공장이 착공을 앞두고 있어 들어갈 돈이 적지 않은데다 보통의 자동차 기업의 현금 보유 비율이 20% 선인 점을 감안할 때 14%에 불과한 현대차의 자금력이 충분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게 일부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반면 현대그룹은 그룹의 사활이 걸린만큼 ''풀 베팅''을 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4조 원 이상을 써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가격 요소가 전망 이상으로 중요하게 고려될 것이란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 도덕성과 시너지...비가격요소 고려는 얼마나?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명분''을 앞세우고 있는 현대그룹은 비가격 요소가 적잖게 고려되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11일 "현대건설 M&A에서 비가격 요소도 중요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주주협의회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으로서는 반가운 소리다.
그러나 유 사장이 밝힌 비가격 요소 가운데 ''승자의 저주''는 현대그룹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무리하게 외부 자금을 끌어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부실에 빠진 금호그룹처럼 승자의 저주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찌됐든 자금력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우세한 현대차그룹도 4조 원 이상의 금액의 써낼 경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채권단은 이밖에도 경영능력 및 기여도, 경영자의 도덕성, 인수 후 시너지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후폭풍 수습도 관심
이르면 16일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된다. 문제는 현대건설 인수 이후에도 남아있다.
현대차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8.3%가 현대차에 넘어간다. 현대차가 이 지분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할 경우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현정은 회장이 지난 11일 현대엘리베이터 각자 대표이사에 취임한 것은 이같은 상황에 대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현대차가 인수할 경우 현대엠코와의 합병 여부도 주된 관심사다. 현대차는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합병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합병을 통해 정의선 부회장의 후계구도를 강화할 것이란 여론은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에는 무리한 자금 조달로 인한 유동성 위기와 이에 따른 현대건설의 연쇄 부실화가 함께 우려되고 있다.
현대건설 매각은 단순 인수.합병(M&A) 이슈가 아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욕망이 복잡하게 얽힌 현대건설 인수전의 대미가 어떻게 장식될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