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 서대문형수소에서 사형 당한 조봉암 선생의 장녀 조호정(82) 씨 등 유족이 제기한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을 개시하기로 29일 결정했다.
재판부는 재심을 개시한 이유에 대해 "당시 조봉암 선생은 군인이 아닌 일반인이기 때문에 국군정보기관 육군특무부대에서 수사할 권한이 없었다"며 "특무대에서 조 선생을 입건해 신문한 행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불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1948년 건국 당시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낸 조 선생은 56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접전을 벌였지만 58년 1월 간첩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1심을 진행한 서울지방법원은 그 해 7월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과 간첩죄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사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조 선생의 일부 혐의를 다르게 판단하긴 했지만 원심을 깨는 대신 형량을 직접 정하는 파기자판(破棄自判)을 통해 사형을 확정했다.
조 선생은 형이 확정된 지 하루 만에 사형이 집행됐으며 이 때문에 이승만 정권이 유력한 야당 정치인을 간첩으로 몰아 사실상 ''사법살인''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날 대법원이 과거 직접 내린 판결에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것은 사법 사상 처음 있는 일로 향후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에 대한 긍정적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7년 9월 조봉암 선생의 사형을 ''비인도적, 반인권적 인권유린이자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사과와 피해 구제 및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권고했고, 이에 따라 조봉암 선생의 유족이 지난 2008년 8월 재심을 청구해 2년여에 걸쳐 심리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지난 7월 이 같은 진실 화해위의 권고에 대해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역사적 평가가 있다고 해서 뚜렷한 증거 없이 과거 판결을 뒤집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라며 대법에 재심 개시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