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는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군사들과 함께 조선에 수입됐다. 이후 판소리 ''적벽가''는 물론이고 박종화, 황석영, 이문열, 김홍신 등이 번역하거나 평역한 ''삼국지''로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
또 ''삼국지''는 문학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처세,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주돼 활용되기도 한다. 이는 ''삼국지''가 서사의 재미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는 콘텐츠로의 저력을 가졌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영향력만큼이나 ''삼국지''가 미칠 수 있는 부작용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곤 한다. 부작용으로 자주 거론되는, 중요한 문제 하나는 ''삼국지''가 역사를 왜곡해 허구와 실제를 그릇되게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독자의 역사관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리둥팡(1907~1998)의 ''삼국지 교양강의''는 이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그는 ''동양사 스토리텔링''의 일인자로, 재미 중국역사학자다. 또 철저한 아카데미즘을 표방한 학자이자, 양계초 선생(중국 계몽사상가·문학가)의 마지막 제자기도 하다.
정통 역사학자인 그는 정사와 믿을 만한 문헌에 근거해 중국의 삼국시대를 제대로 대중에게 알리고자 애썼다.
예를 들면, 삼국지 주인공 중 한 명인 ''장비''는 절대 무뢰한이 아니었으며 글씨를 아주 잘 썼고 문인화를 그리는 우아한 문사였다. 실제로 리둥팡은 본문에서 이렇게 일침을 가한다.
"보통 각 시대의 ''연의'' 작가와 오늘날 역사소설을 쓰는 수많은 작가들, 텔레비전 드라마의 연출가들은 십중팔구 역사를 부풀리거나 왜곡함으로써 망치는 경향이 있다. 문화예술은 문화예술이고, 역사는 역사라는 논리다. 이분들은 ''문화예술''이라는 글자를 면죄부처럼 내밀며 옛사람들을 제멋대로 평가한다. 또 지금 사람들을 속일 특권이라도 지닌 양 전횡을 저지른다. 옛사람은 이미 죽어 항의할 방법이 없고, 지금 사람들은 사기를 당해 뭘 모르니 후환이 무궁하다."
''삼국지'', 모두들 아는 책이지만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