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입구를 가로 지르는 계곡물에는 1급수에만 산다는 버들치가 떼로 몰려다닙니다. 누군가 근처에서 산딸나무 열매를 주워와 던져주자 버들치들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맛나게 먹는군요.
◈ 맨발로 걷고 싶은 ''아침고요산책길''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수목원이 자랑하는 향나무인 ''천년향''이 자태를 드러냅니다. 1000여 년의 오랜 수령에 걸맞은 기이한 모습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하경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하경정원은 형형색색의 꽃들이 단풍나무와 어우러져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시원스럽게 한 눈에 들어오는 축령산의 빼어난 경관도 일품이군요. 전망대에는 수목원 설립자가 지은 시 한 편이 걸려있었습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 속에 이미 피어있기 때문이다."
''탑골''에는 저마다 정성을 다해 쌓아올린 작은 돌탑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앳된 얼굴의 아가씨도 탑을 쌓고 있었습니다. 무슨 소원을 빌고 있었을까요?
뒤뜰에는 아담한 소나무와 하얀 구절초가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한 줄기에 꽃이 한 송이씩만 피어나는 구절초처럼 우리네 삶도 소박하고 단정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국정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찻집이 있습니다.
한 청년이 장작을 패는 모습을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장작 패는 풍경도 볼거리가 됐습니다.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고,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옛 추억''이 떠오르는 모양입니다.
아침고요산책길을 따라 달빛정원으로 향했습니다. 잣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흙길입니다. 일반적으로 침엽수림은 체내의 독소를 정화시키고 정신을 맑게 하는 ''피톤치드''의 배출량이 활엽수보다 2~3배는 많다고 합니다. 아예 맨발로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숲 속의 하얀 예배당
기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심술궂게 물었습니다. "무슨 기도를 하셨어요?"
청주에서 오셨다는 백정순(63) 씨가 쑥스럽다는 듯이 말합니다. "고맙다고요. 이렇게 건강을 주셔서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그리고 종교 유·무에 상관없이 이곳에 오는 모든 분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다시 걸어 내려가자 잔디가 곱게 깔린 아침광장이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서울 미양초등학교 학생들이 소풍을 왔습니다. 아이들은 잔디 위를 마음껏 뛰어다니기만 해도 신이 납니다.
4학년 김하늘(11) 양은 상쾌한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산과 나무와 꽃을 실컷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교실을 이곳으로 옮겨왔으면 좋겠어요."
맑은 가을하늘 때문인가요? 수목원에서 재잘거리며 웃는 아이들의 얼굴이 꽃처럼 예쁘게 보였습니다.
아침고요수목원을 다 둘러보신 분들은 나가시는 길에 근처 ''취옹예술관''을 꼭 들러보셨으면 합니다. 4년 동안 흙과 나무와 돌로 정성스럽게 지은 전통한옥구조의 예술관입니다.
미소로 담근 ''웃는 메주''와 ''웃는 된장'', ''웃는 간장''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3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고풍스런 돌담도 잔잔한 감흥을 일으킵니다.
◈ 산수리에서 만난 70대 할머니
동산 아래 살포시 자리 잡은 예쁜 시골집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가지런히 쌓아놓은 볏짚은 한 해 동안 농부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겠죠. 가평군 산수리를 지날 때였습니다.
마을 풍경도 정겨운데다, 할머님 혼자서 밭일을 하시기에 급하게 차를 세웠습니다. 올해 일흔 셋이신 할머니는 낫으로 들깨를 베고 계셨습니다.
집은 서울 강북구 삼양동이고 산수리는 할머니가 나고 자란 고향이라고 하셨습니다. 땅을 조금 사서 ''들깨''며 ''콩''이며 ''고구마'' 등을 심어 키운다고 합니다. 오늘도 새벽 6시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 오전 9시에야 도착하셨답니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혼자 해결하셨다고 합니다.
도대체 ''땅''은 사람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서울에서 편안하게 사시지 왜 힘들게 여기까지 와서 밭일을 하시냐"고 여쭈었습니다.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조그맣게 하는거지 뭐. 여기 오면 마음이 편해요."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 그런 곳이 발견됩니다. 갑자기 이국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발길이 머무는 곳 말입니다.
언덕에 흰색의 예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쁘띠프랑스''는 건물만 보면 지중해 연안의 작은 마을을 연상케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어디서 사진을 찍던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답니다. 갤러리에서는 표정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유럽도자기 인형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전통주택관은 200년 된 프랑스 고택을 해체해 고스란히 옮겨 놓은 주택전시관입니다. 오래된 목재와 기와, 벽돌이 눈길을 끕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르골하우스(Orgel House)가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수집한 아주 오래된 대형 오르골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흐르는 공간이죠. 1796년 제네바의 시계 상인이 처음 고안한 오르골은 원통에 박힌 핀이 빗 모양의 발음체를 튕겨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낡은 오르골에는 호숫가에 잠들어있는 아름다운 여인에게 아기천사가 노래를 불러주는 그림이 붙어 있었습니다.
한 번 상상해 보시죠. 아기천사의 화음을. 태엽을 돌리자 200여 년 전 아날로그 음악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맑고 청아한 소리. 마치 동화 속에 점점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동화 속 주인공이 어디선가 인사를 하며 불쑥 튀어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선율입니다.
쁘띠프랑스에서는 이달 말까지 프랑스대사관과 함께 ''프랑스영화축제''도 벌이고 있습니다. 무겁고 딱딱한 영화가 아닙니다. 어린이를 포함해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감동과 유모가 있는 프랑스 영화 14편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가을날, 이국적인 프랑스 시골마을에서 프랑스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운치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