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접어든 9월 중순까지 30도가 넘는 고온현상이 이어졌는가 하면 추석연휴첫날인 21일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2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올봄에는 이상저온과 일조량 부족으로 `서늘한 봄''이 이어지다가 여름철에 들어서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기승을 부렸다.
일조량 부족과 폭우 등의 기후 이변에는 `엘니뇨''와 `라니냐''가 각각 영향을 준것으로 분석된다.
◇102년만의 9월 하순 폭우…중순까지 고온 =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추석연휴 첫날인 21일 서울에 259.5mm의 비가 내려 9월 하순 강수량으로는 1908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서울의 강수량은 9월 강수량으로는 1984년 9월1일 268.2mm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서울 관측소를 기준으로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75mm로, 1964년 9월13일 116mm에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9월 하순에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릴 줄은 애당초 상상을 하지 못했다"며 "이번 폭우도 기후 이변의 하나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1∼22일 서울의 강수량도 656mm로 9월 한달 역대 최고기록인 1990년의 570.1mm를 이미 넘어섰다. 이 기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254mm로 평년치(150mm)보다 104mm 많았다.
앞서 9월 중순까지는 전국 곳곳에서 30도가 넘는 고온현상이 지속하기도 했다. 9월1∼22일 전국 평균 기온은 28.4도로 평년(26.4도)보다 2도나 높았다.
서울의 낮기온이 30도를 넘은 날은 이달 22일 중 9일에 달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작년에는 9월 한달 내내 서울의 낮기온이 30도를 넘은 날이 없었다"며 "올해는 세력을 오래 유지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고온현상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4월 월평균 하루 최고기온(15.4도)과 최저기온(4.5도)도 역대 최저였다.
기온이 낮았던 만큼 햇빛이 구름이나 안개 등으로 가려지지 않고 지면에 도달하는 시간인 일조시간도 많이 부족했다.
올해 1~8월 전국 평균 일조시간이 1천290.4시간으로 1973년 이래 2003년(1천195.8시간), 1998년(1천263.1시간)에 이어 3번째로 적었다.
일조시간 부족 현상은 봄에 두드러졌다.
4월 전국 평균 일조 시간은 176.5시간으로 평년(215.0시간)보다 훨씬 적었다.
이 때문에 봄철 농작물 생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낮기온이 예년만큼 충분히 오르지 못해 농작물 작황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서늘한 봄''과는 달리 한반도는 여름 내내 폭염과 폭우에 시달렸다.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이 24.8도로 평년(23.5도)보다 1.3도 높아 1973년 이래 두번째로 기온이 높았다.
열대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일수는 12.4일로 평년(5.4일)의 배 가량으로 2000년 이래 가장 많았고, 폭염일수(하루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 최고 열 지수가 32 이상)도 10.5일로 평년(8.2일)보다 2.3일 많았다.
8월 이후에는 집중호우성 비가 전국 곳곳에 쏟아졌다.
8월에 내린 비(374.5mm)는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장마 기간의 강수량(304.2mm)보다 더 많았다.
여름 강수일수가 44.2일로 평년(36.8일)보다 7.4일 많았고, 1시간 강수량이 30㎜ 이상인 날이 2.2일로 1973년 이래 세번째로 많아 집중호우성 강수가 많이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8월 들어 24일간 비가 내려 1908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8월 중 가장 자주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추석연휴의 비는 우리나라 북서쪽에 있는 찬 고기압과 남쪽의북태평양고기압 사이에서 형성된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내렸다"며 "올해 늦게까지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해 정체전선이 남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새로 발생한 태풍의 영향으로 이 고기압이 일본 남쪽해상에서 정체했다"고 말했다.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가을철까지 강하게 영향을 주는 것에는 동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예년보다 0.5도 이상 떨어지는 현상인 `라니냐''가 한몫했다.
올해 봄까지 예년보다 높던 적도 부근 동태평양 수온이 5월부터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예년보다 오히려 0.6도 가량 낮은 상태가 이어졌다.
라니냐의 영향으로 더운 바닷물이 서태평양으로 모여들어 서태평양 지역 해수온도가 예년보다 1~2도 가량 높은 상태를 보였고, 이 때문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오랜 시간 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강하게 세력을 유지하면서 가을철 폭우와 고온현상은 물론 여름철 한반도의 폭염과 집중호우에도 영향을 줬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올해 봄 기후가 서늘했던 이유는 온난화와 열대 태평양의 수온을 높이는 `엘니뇨''의 영향이 5월까지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온난화로 시베리아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냉기가 한반도가 있는 위도까지 내려와봄철 저온 현상이 지속됐다.
특히 북극 주변지역에서 장기간 지속된 이상고온 현상으로 우리나라 북쪽으로 찬 공기 벨트가 형성되면서 찬 대륙고기압이 변질하지 않은 채 세력을 봄철까지 유지해 기온을 떨어뜨렸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