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 뭔가를 구상하거나 느낀 것을 어딘가에 옮겨 놓은 것을 드로잉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작가들의 마음속 생각은 연필과 종이같은 친근한 도구로 옮겨질 수도 있고, 사진이나 비디오처럼 기계도구를 통해서도 남을 수 있습니다. 그림일 수도 있고 글일 수도 있습니다. 일기장일 수도 있고, 기념품 같은 사물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 안팎에서의 드로잉의 현대적 역할을 크게 3개의 연대기적 구성과 3개의 주제별 구성으로 꾸몄다.
한국 실험미술의 첫 세대의 드로잉을 살펴본다. 백남준
[제2전시실] 이미지의 소멸과 부활:1970-80
한국 7~80년대 미술에서 이미지가 소멸하다가 다시 재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추적한다. 양식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노크롬과 형상미술 양쪽 모두 급격한 근대화 과정 하에서 깊은 실존적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드로잉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특히 이 전시실에서 윤명로와 이강소의 한국적 모노크롬(단색화) 드로잉과 형상을 찾으려 노력하는 신학철의 <한국근대사3 습작>(1981)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의 생생한 목격담이 하나의 드로잉 대서사시로 펼쳐지게 된다. 한국 근대화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의 1호 선박 <아틀란틱 바론호의 설계도>와 함께 한국 현대사의 대전환점이 되는 4.3 제주항쟁, 6.25 전쟁,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험준한 역사적 사건을 우리의 작가들이 어떻게 드로잉으로 표현해 냈는지를 살펴 볼 수 있다.
[제4전시실] 생각하는 드로잉
현대 미술의 보수성을 해체하는 실험적 드로잉, 과정과 아이디어를 펼쳐내는 프로젝트 드로잉을 위한 전시실이다. 박이소, 안규철, 강익중, 공성훈, 이순주의 드로잉 연작을 펼쳐 놓는다.
1980년대와 90년대의 실험적 드로잉을 연대기 적으로 살펴보면서 아울러 세대별 청년기 감수성을 비교 전시한다. 예를 들어, 시대적 아이콘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70년대의 김창렬, 80년대의 김태호와 황주리, 90년대의 이동기 작품 등은 흥미로운 세대별 차이점을 보여 준다. 아울러 이 전시실에 자리한 자화상 섹션은 현대문명 속에서 번민하는 작가의 상을 솔직하게 바라보게 해준다.
[제6전시실] 한국의 실험미술 드로잉(3) 1990
1990년대와 최근 한국 실험미술의 방향을 담은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한국 전통 회화의 힘찬 전환을 보여주는 김호득과 유근택의 대규모 드로잉 개념의 수묵 작업과 함께 전수천이 1989년 [한강 프로젝트]에서 발전시킨 2005년 [무빙드로잉 프로젝트]는 드로잉의 가진 무한한 세계를 보여주면서 이번 전시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한다.
입장료:3000원-1000원
문의:02-425-1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