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퇴임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후임 총리 인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안대희 대법관이 후보 물망에 올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시절 대선자금 수사를 하면서 ''국민검사''로 이름을 날렸고 ''청빈검사''로 자기관리에 엄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총리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에 ''차 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붙게 했고 민주당의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구속했던 전력 때문에 정치권에서 찬반양론이 일고 있고 본인도 총리설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는 ''안대희 대법관이 왜 총리 후보로 급부상했나?'' 이런 주제로 준비했다.
▶안대희 대법관은 현직 대법관인데 총리 지명이 가능한 거냐?
=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후보로 지명하고 청문회를 거쳐 국회동의를 받는다면 총리가 되는데 아무런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아직도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은 현직 대법관을 국무총리로 지명한 전례가 없는데다 ''국민검사''로 명성이 높은 안대희 대법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거론되면서 실현 가능성과 후보로서의 적절성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안대희 대법관에게 제의를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안대희 대법관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화되거나 그런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널리 인재를 구하라"라고 지시했고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연일 다양한 국무총리 후보 감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대희 카드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이 되고 있다.
▶안대희 국무총리 카드가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냐?
= 전혀 불가능한 카드가 아닌 것은 맞지만 현실성은 낮아 보인다. 우선 안대희 대법관 본인이 이를 일축하고 있다. 안 대법관은 총리설이 나돈 15일 대법원 대변인을 통해 "전혀 생각해본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대희 대법관과 어제 저녁에 통화를 했는데 "어이가 없는 기사여서 대꾸도 하지 않았다"면서 총리설을 부인했다. 안 대법관은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그런 제의가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제의가 올 리가 없기 때문에 답변을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안대희 카드가 전혀 근거 없이 나온 발언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본인이 강력히 고사하고 있는데다 정치권에서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청빈검사''로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어서 국민적 여론도 괜찮고 청문회 통과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공정''과 ''청렴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검사''로 명성을 떨칠 당시 한나라당에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붙게 한 전력이 있는데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구속한 경력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에서 부담스러워 하고 본인도 부인을 하는데 총리설이 나오는 이유는 뭐냐?
=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총리감으로 거론된 후보만 10명이 넘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김황식 감사원장, 임태희 대통령 실장,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조무제 전 대법관, 이명재 전 검찰총장, 심재륜 전 고검장,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전재희 전 복지부 장관,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 얼마 전 취임한 이재오 특임장관까지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안대희 대법관에 이어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총리 후보군은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나 여권 주변에서 자천 타천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이다. 특히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중도 낙마한 뒤 도덕성과 청렴성이 중요한 덕목으로 부각되면서 조무제 전 대법관과 안대희 대법관이 후보로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청렴성''과 ''도덕성''에 높은 점수를 두다보니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총리후보로 괜찮다 싶은 사람들도 인사청문회 파동 이후 총리직을 고사한 사람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청와대 검증과정에서 지역적인 문제나 학연, 재산문제 등으로 인해 후보군에서 제외된 사람도 적지 않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말했다. 얼마 전 김명식 청와대 인사비서관이 "바뀐 절차에 따라 최근 여러 명의 예비후보자에게 자기검증서를 보냈는데, 자기검증 단계에서 몇몇 인사는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아직도 총리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냐?
= 아직까지는 그렇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15일 오후 기자들에게 "내일(16일) 총리 후보 발표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국정감사가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후임 총리 후보는 이번 주 중발표돼야 국정감사를 이끌 수 있을 것인데 지금의 추세로 봐서는 추석연휴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거론된 후보들 중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한 전 현직 각료들 중에서 후보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황식 감사원장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임태희 대통령 실장 등이 그런 경우이다. 그러나 윤증현 장관은 본인이 G20회의 준비에 주력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고,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국무총리보다는 대통령 실장으로서의 역할이 있어서 후보에서 제외됐다는 관측이 있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병역면제여서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병역면제자가 되는 점이 부담스럽고 맹형규 장관은 장관 취임 4개월여 밖에 되지 않아서 막판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총리 후보를 찾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거냐?
=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공정사회'' 국정기조에 맞는 인물을 찾으려 하다 보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8.8 개각으로 지명된 후보 가운데 김태호 총리후보자와 신재민, 이재훈 장관 후보자 2명이 낙마하면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만큼의 도덕성과 자질을 갖춘 후보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청와대가 이번 총리 후보자부터 새롭게 개선한 인사검증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후보 찾기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도덕성에 청렴성 그리고 자질까지 갖춘 후보를 찾는다는 것은 공직후보자가 아니라 ''신''을 찾는 것 같다면서 인물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최선의 후보를 찾는 게 아니라 흠 잡히지 않을 후보를 찾게 되는 맹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선의 후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청문회 통과에 문제가 없을 만한 무난한 인물을 고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될 경우 한나라당이 야당시절 그렇게 비난했던 회전문인사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폭을 넓혀보면 인물이 없지는 않을 텐데?
= 분명 그럴 것이다. 총리후보를 청와대나 한나라당 주변에서만 찾거나 이른바 정치적 책임만 지우고 법에 보장된 권한을 주지 않는 방탄총리, 또는 대독총리, 의전총리 감만 찾다보니 인물난을 겪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15일 CBS 뉴스쇼에 출연해 총리 인물난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지금 인구가 5천만 명이 다 되고 있는 나라인데 총리감이 없겠느냐"며 "너무 세상에 드러난 사람만 찾지 말고 묻혀있는 사람 찾으면 나올 것이다. 인재풀을 넓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널리 인재를 찾으면 못 구할 것도 없지만 대통령과 코드가 맞거나 친분이 있거나 이런 인물들을 찾다보니 그런 건 아닌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만 해도 경제학자 출신이지만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한정된 역할만 수행하다 보니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임했다.
▶그래서 그런지 총리가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데?
= 그렇다. 사실 대통령 한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국무총리는 어떻게 보면 기형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헌법에 보장된 행정부처 통할권이나 장관 임명제청권, 장관 해임건의권 등 총리의 권한은 사문화된 조항으로 당연시 되고 있다. 총리 공석사태가 한 달이 훨씬 지났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무런 국정공백이 없다는 점이 국무총리의 위상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역대 총리 중 2년을 넘긴 총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인사권도 없고, 예산권도 없는 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대통령을 대신해 행사에 참석하거나 정치적인 희생양이 되는 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총리를 보좌하는 공무원은 장관급 국무조정실장과 차관급으로 국무차장,사무차장, 총리비서실장, 1급이 8명 등 청와대 비서실과 중복되고 있다. 그래서 총리제를 폐지하고 정.부통령제로 갈 경우 국무총리실 인력을 대폭 감축할 수 있으며 국정의 책임성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