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몇 년 자리에 있을 거냐" 협박도 받아

"금산법, 내사보다 대통령 결단함 될 일"



청와대에서 재경부의 금산법 개정안 작성 과정에 대해 내사가 들어갔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내사보다 더 손쉬운 방법은 "대통령이 결단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체 중 유독 삼성에만 해당하는 법 적용의 예외를 부칙에 만드는 건 문제가 있고, 그래서 세간에 ''삼성 봐주기''란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대통령은 내사를 지시할 게 아니라 그 법 자체에 대해 대통령이 결단하면 쉽게 문제가 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종인 의원은 23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98.1MHz 월~토 오후 7시~9시, 진행 김어준)에 출연해 기업의 로비와 관련해서도 비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청와대 재직 당시에 기업체 인사가 찾아와 " 당신이 몇 년이나 그 자리에 있을거냐"고 협박성 발언을 당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로비를 거부하자 그 후엔 "자신을 제치고 로비가 이뤄지기도 했다"고 비화를 털어놓았다. 이런 로비의 영향력과 관련해선 자신이 재임 기간 거부했던 삼성의 자동차 산업 진출이 퇴임 이후에 사실상 이뤄졌다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중요한 건 경제 관료가 "로비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X 파일 사건을 보며 김 의원은 "이제 기업과 언론이 결탁해 권력 만들기에 나서는 상황으로까지 우리 현실이 변한 것 아니냐" 의심된다믄 지적과 함께 헌법 119조 2항이 보장하듯 경제민주화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기업과 국가 관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8 31 조치에 대해서도 단기적인 효과는 거둘지 몰라도 부동산 대책이라 보지 않는다"고 평가하면서 한덕수 경제 부총리에 대해서도 "야심으로 새로운 일을 만들지 않아서 좋다"는 혹평으로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철저한 인식을 당부했다.


<----- 이하 방송 내용 ------>


◎ 사회/김어준>

일단 ''금산법''이 무엇인지 한성대 김상조 교수의 설명을 우선 들어보시겠습니다.

▶ 김상조 교수>

금산법, 즉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는 제 24조에 재벌이 계열 금융기관의 돈, 즉 고객의 돈을 이용해 재벌총수의 지배력 확장을 막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그 구체적 내용은 재벌의 계열 금융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을 20% 이상 보유하거나, 또는 5% 이상 보유하면서 다른 계열사와 합쳐서 지배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금융감독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조항은 재벌이 타인의 자본, 특히 금융 저축자의 돈을 이용해서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즉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집중을 막는 가장 핵심적인 조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회/김어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민주당 김종인 의원 나와계십니다. 96년에 금산법이 처음 만들어졌는데요. 애초에 이 법이 왜 만들어졌나요?

◑ 김종인 의원>

재벌이 자기 계열 금융사를 이용해서 다른 계열사에 출자를 함으로서 지속적인 지배를 할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었습니다.

◎ 사회/김어준>

이 법이 만들어지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 김종인 의원>

금융산업과 다른 산업과의 결합을 막어야 한다는 게 지속적으로 논의가 돼왔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구요.

◎ 사회/김어준>

이 법이 있었으면 IMF를 겪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 김종인 의원>

그건 좀 과장된 말이구요. IMF 사태는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금산법과 IMF는 직접적 관계가 없죠.

◎ 사회/김어준>

금산법은, 예를 들어 ''삼성생명에 고객이 돈을 맡겼는데 그 돈으로 회사 불리기를 하거나 총수가 지배력을 발휘하는 데 쓰면 안된다''는 법이군요. 그건 고객 돈이니까.

◑ 김종인 의원>

그렇죠.

◎ 사회/김어준>

이 금산법 개정안을 놓고 ''정부안이 삼성 봐주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왜 이 개정안이 삼성 봐주기인지 한성대 김상조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김상조 교수>

금산법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을 통한 경제적 집중을 막는 핵심적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그 법 자체는 매우 미비합니다. 즉, 위법행위 발생시 제재조항이나 시정명령 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기국회에서 이런 부분을 개정하기 위한 안이 상정되었는데요. 문제는 이 법을 집행하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동부화재와 같은 다른 금융기관에는 금산법 같은 제재조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법의 조항을 이용해 시정명령을 내린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의 금융 계열사, 즉 삼성카드나 삼성생명에는 법집행의 형평성을 위배하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금융감독기관의 법 집행에서 삼성을 봐주는 문제가 있었구요. 이런 법을 집행하는 것은 재경부 소관인데, 이번에 재경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에 상정한 예정안에는,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의 위법행위를 사후적으로 완전히 합법화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 행위의 효과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면 이런 부분에 대해 시정명령을 가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미 여러차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재경부가 소극입법을 이유로 해서 과거의 법 위반 금융기관, 특히 삼성의 금융계열사에 대해 시정명령건을 재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한마디로 삼성을 봐주기 위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 사회/김어준>

이런 ''삼성 봐주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 김종인 의원>

금융감독원이 금산법에 입각해 재벌기업들의 위법 사태를 적발했는데, 똑같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기업엔 시정명령을 내리고 또 어떤 기업엔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으니까, 정부 기관의 법 집행에 대한 차등을 둬서 문제가 됐습니다.

◎ 사회/김어준>

왜 차등을 뒀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나요?

◑ 김종인 의원>

없었죠. 근데 이번에 정부가 낸 금산법을 보면 그렇게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은 부분에 대해 합법화시키는 조항을 넣었죠.

◎ 사회/김어준>

어떤 식으로?

◑ 김종인 의원>

''1996년 금산법이 재정되기 전에 이뤄진 것은 그대로 인정한다''는 거죠.

◎ 사회/김어준>

예를 들어 1996년 이전에 삼성이 이재용씨에게 주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계열사들이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법을 어긴 부분에 대해선 묻지 않겠다는 건가요?

◑ 김종인 의원>

그런 걸 합법화시키겠다는 얘기죠.

◎ 사회/김어준>

그게 꼭 ''삼성만'' 봐주기 위한 것인가요?

◑ 김종인 의원>

작년에 금융감독원이 이와 같은 사례를 적발한 게 11군데였는데요. 삼성을 뺀 나머지 기업들은 이 부분을 다 해소했어요. 동부화재 같이 시정명령이 들어간 곳도 있고, 스스로 해소한 곳도 있구요. 근데 아직까지 남아있는 게 삼성이죠.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만이 금감원 명령도 받지 않았고, 또 스스로 시정도 안한 상황이죠.

◎ 사회/김어준>

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네요?

◑ 김종인 의원>

그렇죠.

◎ 사회/김어준>

법이 만들어진 게 96년이었는데요. 삼성에서 주식을 획득한 게 96년 이전이라고 한다면, 어쨌든 법은 소급되면 안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 아닙니까?

◑ 김종인 의원>

자꾸 소급법을 얘기하는데, 전반적 경제 운영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그걸 반드시 소급위법이라고 얘기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현재 재산권 침해라고 해서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내고, 거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답변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정부의 다른 부처인 재경원에서는 또 그걸 합법화시키는 안을 내놓고 있는 거거든요. 이 자체가 모순이에요. 그리고 헌법 119조 2항을 보면, 정부가 경제 민주화를 위해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고 있어요. 이 조항이 왜 생겼냐면, 점점 경제가 커짐에 따라 경제세력이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도 기업이 힘이 세니까 정부가 산업조화를 위해 어떤 특정법을 재정했을 때, 그 기업에게 불리한 법이라면 헌법재판소에 가져가서 위헌판결로 해결하려고 했어요. 우리나라 역시 기업이 힘이 세지면서 그런 사태가 예견됐기 때문에 119조 2항을 만든 거에요.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소급위법이니 뭐니 하는 건 논란의 가치가 없어요.

◎ 사회/김어준>

정부나 삼성 쪽에서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나요?

◑ 김종인 의원>

그렇죠. 경제권력이 자기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으니까 그렇게 한 거겠죠. 오로지 삼성만.

◎ 사회/김어준>

이렇게 된 데는, 흔히 음모론적으로 얘기하듯 ''삼성 입김''이 작용했을까요?

◑ 김종인 의원>

제가 보기에 그에 대해서는 얘기할 필요가 없구요. 이 법을 국회에 내고 있는 재경부 스스로의 문제라고 봐요. 재경부 장관이 우리나라의 이런저런 현실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었을 텐데, 그 판단을 못한 데서 문제가 발생한 거죠.

◎ 사회/김어준>

결과적으로 이 법은 삼성만 봐주게 되는 거군요? 삼성만 5%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김종인 의원>

그렇죠.

◎ 사회/김어준>

청와대에서 ''재경부 쪽에서 금산법을 만드는데 왜 이런 부칙을 만들었는지 알아보라''고 조사하라고 했다는 건, 뭔가 의혹이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요?

◑ 김종인 의원>

이 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국무의원들 간에 논의가 있었고, 아마 그 때 대통령도 이 부분에 대해 지적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재경부가 여러 논리를 전개해서 일단 통과가 된 것 같은데. 이게 사회적으로 무리가 되고 정치이슈가 될 소지가 있으니까 일단 조사를 해보라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사회/김어준>

대통령이 이런 조사를 지시한다고 해서 그 흑막이 드러날까요?

◑ 김종인 의원>

내사를 통해 해결해야할 문제라기 보다는, 대통령 스스로가 우리나라 현실을 바탕으로 어떤 결단을 해버리면 더이상 논쟁이 필요없다고 봅니다.

◎ 사회/김어준>

그 부칙을 없애버려야 한다?

◑ 김종인 의원>

그렇죠. 대통령께서 과연 이런 게 옳은지 아닌지는 판단하실 수 있을 거에요.

◎ 사회/김어준>

정부안과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의 안과는 다르다고 하는데요. 뭐가 어떻게 다른 건가요?

◑ 김종인 의원>

박영선 의원의 안은, 초과분은 매각하라는 조건이 들어있어요.

◎ 사회/김어준>

과거 어떻게 획득했든 책임은 묻지 않겠으니 무조건 매각해라?

◑ 김종인 의원>

예. 게다가 상당히 온건하게 들어있어요. ''점차적으로 매각해라'' 그 자체도 상당히 모호하죠.

◎ 사회/김어준>

정부안과 의원 입법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 건데, 어느 쪽이 통과될까요?

◑ 김종인 의원>

재경위에서 토의를 할 텐데요.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초래될 지가 관건이죠. 결국 대통령께서 이 문제에 결단을 내려준다면, 정부안의 부축조항은 졸속으로 할 수 없을 테니, 박영선 의원이 낸 안 형태로 통과되겠죠.

◎ 사회/김어준>

만약 그런 결단이 일어났거나, 박 의원이 만든 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엔 어떤 변화가 오는 겁니까?

◑ 김종인 의원>

초과분을 매각하는 일만 하면 되는 거죠.

◎ 사회/김어준>

그 초과분이 삼성에게 상당히 중요할 텐데요. 그런 지분을 통해 삼성의 지배력을 상속하지 않았던가요?

◑ 김종인 의원>

금융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과거에 못하게 만들어놨어요. 2001년 말 당시 재경부 장관이 허용하게 하면서 의결권 행사를 하게 된 건데요. 그 이유인 즉, 해외자본이 많이 들어와있으니 경영권 강화를 위해 재벌회사가 소유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했는데, 그 이후부터 문제가 된 거죠.

◎ 사회/김어준>

초과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됐으니까?

◑ 김종인 의원>

예. 전체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됐으니까.

◎ 사회/김어준>

이렇게 되면 삼성 계열의 상속이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기겠죠?

◑ 김종인 의원>

전 큰 변화가 생기리라고 보진 않아요. 삼성도 하나의 기업으로서 국민들에게 너무 큰 저항을 받으면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순수히 순응하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사회/김어준>

이 법안이 ''재벌개혁''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보십니까?

◑ 김종인 의원>

영향을 주진 않을 것 같습니다. 말이 재벌개혁이지,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는 재벌개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구요. 이건 하나의 규정을 둬서 법을 지키도록 하자는 거지, 재벌개혁을 위한 법안은 아닙니다.

◎ 사회/김어준>

재벌개혁을 위한 법은 아니지만, 이게 마침 삼성의 지배구조와 연결되다보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군요.

◑ 김종인 의원>

그런 겁니다.

◎ 사회/김어준>

''왜 삼성만 이런 대우를 받느냐''고 생각하다보면, 결국 뭔가 로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증거도 없는 데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사안이라서... 직접 로비를 받을 수 있는 청와대 경제수석의 자리에 있으셨을 때 혹시 로비를 받아보셨나요?

◑ 김종인 의원>

로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단지 그런 로비를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에 달려있습니다. ''당신 이 자리에 언제까지 있을 거야? 2년 뒤에 그만 두면 어떻게 살려고 해?'' 라는 식으로 협박하는 사람도 있구요요. 최고 통치자의 측근이나 인척을 통해 로비를 벌이는 사람 등 여러 형태의 로비가 있습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땐 타당한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경제정책은 4천만 국민들의 경제 상황과 어떻게 연관되느냐를 판단해야 합니다. 거기서 올바른 판단을 해야죠. 그런 로비에 휩쓸리는 사람은 그런 자리에 앉아있으면 안되죠.

◎ 사회/김어준>

로비에 휩쓸린 사례도 목격하셨습니까?

◑ 김종인 의원>

그런 사례도 볼 수 있죠. 저의 경우를 예로 들면, 나를 통과해서 가면 잡힐 것 같으니 후처에서 직접 가서 대통령을 통해 해버리려는 사례도 있었어요. 청와대 경제수석이 결제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통제 권한은 가지고 있으니까요. 몰래 돌아가는 거죠.

◎ 사회/김어준>

금산법과 관련해서 그런 식의 로비가 있었을까요? 재경부가 알아서 삼성 좋으라고 한 일입니까?

◑ 김종인 의원>

삼성도 그쪽에 가서 여러가지 설명을 했을 것 아닙니까? 소급위법이다, 재산권 침해다, 등등. 그러니까 실무자들이 귀찮다고 하면 따라갈 수도 있구요.

◎ 사회/김어준>

삼성이 실제로 정부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를 본 적 있으십니까?

◑ 김종인 의원>

단지 제가 체험한 바를 말씀드리면요. 1990년에 삼성이 자동차 분야에 진출하려고 했을 때, 제가 브레이크를 걸었어요. 왜냐면 당시 자동차 산업을 봤을 때 신규 자동차 회사가 나온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봤어요. 말은 승용차가 아니라 상용차로 한다고 했는데, 그건 승용차로 가는 전 단계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자리에 있는 동안은 삼성이 못했어요. 근데 제가 나가고 나니 2달 만에 허가가 나버리더라구요. 그래서 실망한 적이 있었죠. 정치 권력과 경제 세력과의 관계라고 했는데요. 사람들은 큰 재벌에게 잘못 보이면 내 자리는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경제수석이 처음 들어가서 부동산 대책을 거니까 비서관들이 ''그러시면 금방 죽습니다''란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죽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당신들은 일이나 하라''고 했죠.

◎ 사회/김어준>

기업들이 어떻게 관료의 자리를 죽일 수도 있습니까?

◑ 김종인 의원>

여러 형태의 로비를 통해 가능하죠. 인사권자들에게 말을 전하거나.

◎ 사회/김어준>

정부 고위 관료들이 관료직을 관두고 나서 기업의 주요 직책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 제안과도 관련이 있을까요?

◑ 김종인 의원>

영향을 미칠 겁니다. 관료 생활이 끝난 뒤의 생활에 대한 걱정이 있을 테니까요.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을 끝내고 앞으로 미국의 최대의 적은 ''절제 없이 자라난 미국의 대기업들''이란 얘길 했어요. 그래서 19세기 말에 문제가 됐는데요. 20세기 초에 공화당의 보수적인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됐어요. 그 사람이 독점해체 등을 다 한 거에요. 그런 걸 한번 겪었기 때문에 오늘 미국 사회의 정치와 경제가 분할되어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 사회/김어준>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 말은 삼성이 국가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 김종인 의원>

극단적으로 돈과 기업이 언론을 지배하고, 그 언론과 돈이 결합하면 정부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정도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번 엑스파일에서 드러난 양태를 보고 특히 그렇게 느꼈는데요. 그렇다면 민주주의에도 위협적인 존재죠.

◎ 사회/김어준>

호사가들이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을 붙인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시나요?

◑ 김종인 의원>

과거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예가 있었는데요. 기업이 국가처럼 행세하면 경제나 정치 발전에 부정적입니다.

◎ 사회/김어준>

실제 삼성이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 김종인 의원>

최근에 그런 상황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 사회/김어준>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 그러니까 삼성은 불법을 하더라도 좀 봐줘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요?

◑ 김종인 의원>

삼성이 망할 리도 없고, 그렇게 된다 해도 대한민국이 망할 리도 없습니다. 핑계일 뿐입니다.

◎ 사회/김어준>

정부의 8.31 조치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김종인 의원>

8.31 조치가 일시적으로 아파트를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줘서 일시적인 가격인하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부동산 해결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 사회/김어준>

정부가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춘다는 건,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면 세금이 많이 나오니까 빨리 거래해서 팔아치우라는 뜻 같은데요.

◑ 김종인 의원>

그러면 살 사람이 있어야 할 텐데요. 대한민국 가구 중 45%가 무주택가구입니다. 돈이 없어서 집을 못사는 사람들이에요. 근데 주택보급율은 100% 가까이 되어있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이 집을 몇 채씩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근데 그 사람들이 집을 안사면 아파트 공급도 할 수 없어요. 주택정책의 역사를 보면 70년대부터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는데요. 그 때 기둥만 박으면 분양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그런 사람들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자는 치유책이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온 겁니다.

◎ 사회/김어준>

살 수 있는 사람만 계속 사는 거군요?

◑ 김종인 의원>

그렇죠. 그러니까 실수요자는 비싸게 살 수 밖에 없어요. 후분양제로 가자고 하면 마치 건설업체가 다 무너지는 것 마냥 금지되고 있지 않습니까? 팔릴지 안팔릴지 모르니까 안하겠다는 얘긴데요. 70년대는 저축이 부족해서 산업에서 자본이 되기가 힘들기 때문에 투기자본이라도 들어와서 주택공급을 해야겠다고 했어요.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온 게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역사입니다. 근데 그걸 지금 갑자기 ''세금''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데요. 세금은 정치적으로 볼 때도 나중에 함부로 하지 못해요. 이번 8.31안을 보면 세금에 관한 조치는 2007년으로 미뤄놨어요. 왜냐, 내년에 지자제 선거가 있으니 그 여파 때문에 미뤘는데요. 2007년엔 또 대통령 선거가 남아있어요. 그럼 과연 그 때 실시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그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는 거에요.

◎ 사회/김어준>

실시된다면 효과가 있을까요?

◑ 김종인 의원>

부담이 늘어나는 거지, 부동산 거래 자체를 근본적으로 막는 효과는 없어요. 장기적으로 가면 어디로든 다 전가되게 돼있어요. 요새 전세값 오르잖아요? 전세값을 올려서 일단 그 세금을 전가할 수도 있고, 매매할 때도 전가할 수 있는 거죠.

◎ 사회/김어준>

세금을 통해 부동산을 잡겠다는 발상 외에 8.31 조치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 김종인 의원>

8.31일 조치가 한쪽은 세금, 또 한쪽은 신도시 건설인데요. 89년 부동산 대책과 비슷한 형태로 나왔습니만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어요. 결국 세금은 나중에 다 없어져버렸으니까.

◎ 사회/김어준>

정리하자면, 한쪽은 집을 가진 사람한테 세금 부담을 줘서 집을 내놓게 하는 것이고, 또 한쪽에서는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아파트 공급을 많이 하면 가격이 다운될 것이다, 이런 건 데요.

◑ 김종인 의원>

거기에도 모순이 있어요. 공급을 해도 사질 않으니 아파트 분양이 잘 안되겠죠? 그러면 집을 안지을 거 아닙니까. 집을 안지으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니까 또 어떤 정책이 나올지 모르는 거죠. 2003년 10월 29일에 부동산 대책을 했다가 경기가 나빠지니까 그 다음 해 8월에 다시 풀기도 했잖아요?

◎ 사회/김어준>

근본적인 대책의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 김종인 의원>

경제 정책의 종합적 틀 속에서 부동산도 봐야죠. 지금처럼 저금리 체제로 가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투자도 잘 안하고, 은행에선 돈이 남아돌고, 은행은 가게에 자꾸 대출을 해주고, 그러니 자동적으로 부동산이나 증권으로 가게 돼있어요. 이게 다 1980년대 말 일본의 버블경제 상태와 비슷해요.

◎ 사회/김어준>

그렇다면 거꾸로 금리를 높여야 합니까?

◑ 김종인 의원>

기준 금리로 봤을 때, 미국과 우리 금리가 0.5 차이가 생겼어요. 그런 식의 금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했을 때 한국 경제가 과연 정상화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봅니다.

◎ 사회/김어준>

전반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성공적으로 보지 않으시는군요?

◑ 김종인 의원>

거시지표만 봐도 성공적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 사회/김어준>

가장 큰 실수는 뭐였을까요?

◑ 김종인 의원>

정권 출발시의 문제 의식부터 잘못된 거죠. 예를 들어 신용불량자 문제라든가. 그 때 이미 부동산에서도 투기성이 보였어요. 초기에 경제 정책 전반을 운영하는 틀을 제대로 짚어서 일관되게 갔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에요. 문제 인식을 아예 잘못한 거죠. 그러니까 거기에 대한 대처 방안이 나올 수 없었던 거죠.

◎ 사회/김어준>

한덕수 경제 부총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김종인 의원>

개인적으로 아느 사람이라 평가하기 어렵지만, 굳이 얘기하자면 공명심에 사로잡혀 새로운 문제는 야기시키지 않을 거에요. 그런 점에서는 괜찮지 않나 봅니다.

◎ 사회/김어준>

예,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진행:김어준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98.1MHz 월~토 오후 7시~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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