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어찌할 것인가

[베이징 리포트] 도광양회시대 마감은 美와의 패권경쟁 본격화 의미

최근들어 중화권 언론들의 논평에서 ''''도광양회(韜光養晦)'''' 네 글자가 부쩍 눈에 띈다.

''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는 뜻의 도광양회는 등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국가주석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외교전략으로 제시한 지침이었다.

중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중국위협론이 커지자 등샤오핑은 1989년 9월 대외관계에 대한 전략방침을 제시하면서 도양광회를 내세웠다.

후진타오(胡錦濤) 현 중국 국가주석이 2004년 중국의 외교노선으로 새롭게 채택한 ''화평굴기(和平堀起)''''가 있지만 이 역시 도광양회 노선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치에 걸맞는 행동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의 ''''굴기외교''''가 주는 위압감을 완화시키기 위해 화평(和平)이란 말을 앞에 내세우면서 여전히 대미관계에선 몸을 낮추는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 두 달여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미 · 베트남 연합군사훈련으로 중국이 동과 남 양쪽에서 미국에 봉쇄당하는 국면이 전개되면서 여전히 도광양회의 가치를 준수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있다.

베트남 등과의 남중국해 영토분쟁을 놓고 등샤오핑의 도광양회 지침에 따라 ''''다툼은 보류한 채 자원공동개발 등을 통해 관련국과의 이해증진에 주력''''해온 중국으로선 등샤오핑의 지침이 남중국해에선 먹혀들지 않는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공을 들여온 남중국해 문제에 미국이 끼어들면서 미 · 베트남이 중국을 배제한 채 밀월시대로 접어드는 등 상황이 급반전하고 있다는 것.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는 지난 12일자 논평에서 ''''다툼을 보류하는 게 주권포기는 아니다. 중국몰래 독자적으로 분쟁지역의 개발을 추진하거나 심지어 군비를 확충해 무력을 남용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도광양회에도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조보는 그러면서 ''''중국은 그동안 경제개발에 정신이 팔려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며 ''''이제 남중국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홍콩 남화조보(南華早報)는 지난 12일자 논평에서 ''''중국이 말하는 국가 핵심이익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지 정해진 바는 없지만 중국내부에선 분쟁지역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남화조보는 그러면서 ''''중국은 등샤오핑의 지침에 따라 20년 넘게 저자세의 외교정책을 고수해왔지만 지금 중국의 지도자들은 등샤오핑의 도광양회 외교정책을 조정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금 도광양회 시대를 마감하고 G2 위상에 맞는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를 기점으로 일본을 제치고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는 현실적 자신감도 바탕에 깔고 있다.

도광양회 시대의 마감은 미 · 중간 또다른 이슈들, 즉 위안화 환율과 인권문제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게 확실하다.

또 도광양회 시대를 마감하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주창한다는 건 결국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본격화하게 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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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내에서도 ''중국이 핵심이익에 대해 단호할수록 미국뿐 아니라 여타 국가들로부터의 연쇄반발을 불러올수 있다''며 도광양회시대의 마감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때가 무르익기 전까지는 몸을 낮추고 실력을 키우자"는 도광양회.

중국이 도광양회의 뜻을 곱씹으면서 한번 더 자세를 낮출 지,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본격화하고 나설 지 아직은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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